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나는 큰 가방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커다란 백팩에 무거운 물병과 책 여러 권, 노트, 다이어리 등등을 욱여넣고 다니면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가벼운 크로스백 하나만 매고 다니거나 그조차도 잘 안 매고 다닌다. 주머니에 스마트폰과 카드지갑만 넣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물은 목마를 때 사서 마시고, 책이나 노트, 다이어리는 스마트폰 안에 다 있으니 휴대할 필요 없다. 이런 삶을 모르고 그동안 고생시킨 내 어깨와 허리에 미안하다.


네이버 인기 블로그 <우아한 탐구생활>의 운영자 신미경의 새 책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에는 과거 남부럽지않은(?) 맥시멀리스트였던 저자가 미니멀리스트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된 계기와 그 과정 및 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우아한 탐구생활>의 오랜 구독자이자 신미경 작가의 책을 모두 읽은 충성스러운(!) 독자로서 신미경 작가가 그동안 어떤 시행착오 끝에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예전에 저자는 몸에 불편한 옷차림도 패션이라는 미명 아래 참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킬힐을 신어야 힘든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난다고 믿었고, 골드나 선명한 빨간색 같은 과감한 컬러를 사용해야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건강을 잃고 보니 내 몸보다 소중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옷도 내 몸이 불편하면 소용없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채나 디자인을 무시한 채 유행을 좇고 남들 눈을 의식하는 것은 진정한 패셔니스트의 자세가 아니다.


요즘에 저자는 자신의 외모를 돋보이게 할 옷차림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좇는 옷차림을 많이 한다. 차분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원하므로, 옷차림 또한 블랙이나 네이비 등 어두운 색조를 많이 사용하고 그날 기분에 따라 화려한 색깔의 스카프를 목에 둘러서 포인트를 준다. 이제는 계절마다 옷장 안에 있는 옷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필요도 없고, 옷을 사는 데 많은 돈을 쓰지도 않는다. 예전 같으면 쇼핑하는 데 할애했을 시간에, 이제는 좋아하는 취미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저자의 '최소 취향'은 옷이나 잡화, 가구 같은 생활용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 취미, 여행, 독서, 공부 같은 영역에서도 마음이 끌리는 것에 더 집중하고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은 피하거나 덜어낸다. 독서의 경우, 남들이 좋다는 책을 억지로 읽는 데 시간을 들이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나 관심이 가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 이름난 작가이지만 집에는 미술이나 역사책, 요리책 그리고 자신의 책 몇 권밖에 없다. 다른 책들은 전부 전자책으로 읽고, 그조차도 소장하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책은 결국 읽을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덜어낸 저자는, 최근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그중 하나가 '하루에 하나씩 사소한 친절 저금하기'이다. 동네나 직장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하기,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잡아주기 같은 작은 배려와 친절은 남도 즐겁게 하지만 나 자신도 즐겁게 만든다. 이 밖에도 닮고 싶은 습관, 배우고 싶은 생각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