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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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한 건, 얼마 전 <여자 둘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의 SNS에서 동거인인 황선우 작가와 함께 <천자문> 공부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자문화권이기도 하고, 한자를 배워두면 나중에 혹시라도 중국어를 배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천자문> 공부를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다고 하셔서 나도 이참에 <천자문> 공부를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맞춤한 책이 나왔다. 단국대학교에서 한문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윤선영의 책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이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유소년들의 한자 학습과 쓰기 연습에 교본으로 사용되었던 <천자문>을 주로 다룬다. <천자문>에 담긴 1000개의 한자를 한 자 한 자 차분히 소개하고, 각각의 문장과 구절이 의미하는 바를 상세하게 해설해, 예부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인간의 도리와 인생의 섭리, 우주의 원리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천자문>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 없는 사람도 "하늘 천 땅지 검을 현 누를 황" 정도는 외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늘 천 땅 지"에서 하늘[天]은 포괄적인 자연 운행을 의미하고, 땅[地]은 인간이 거주하는 환경을 뜻한다. "검을 현 누를 황"에서 검다[黑]는 것은 우주에서 본 검은 하늘을 의미하고, 누렇다[黃]는 것은 습기를 머금은 촉촉한 진흙으로 된 땅을 뜻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풀이하면 하늘과 땅, 양과 음이 조화된 세계를 의미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천자문>의 원문을 최대한 충실하게 다루면서 <주역>, <중용> 등 관련된 중국의 유명 고전들도 함께 다룬다. 현재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배경지식도 많이 있다. 중국을 다른 말로 '중화(中華)'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화(華)'는 중국의 황하(黃河) 유역 일대의 중원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화하(華夏)'에서 비롯된 말이다. 또한 중국의 다선 명산을 '오악(五嶽)'이라고 부르며, 오악 중 태산을 으뜸으로 친다.


한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과 관련된 고사나 해설도 실려 있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를 가리켜 흔히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한다. 배산임수와 유사한 단어로 '배망면락(背邙面洛)'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동경인 낙양이 망산을 등지고 낙양을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강지처(糟糠之妻)'에서 '조강(糟糠)'은 술지게미와 겨를 의미한다. 가난해서 쌀조차 구할 수 없을 때 형편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고락을 함께한 아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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