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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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는 <작업실>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실려 있다. 주인공 '나'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작가인데, 도무지 집에서는 글을 쓸 수가 없어서 남편의 '허락'을 구해 작업실을 얻는 데 성공한다. 마침내 적당한 작업실을 구해 책상과 의자를 들이고 글을 쓰기 시작한 그때, 건물주가 찾아와 훼방을 놓는다. 딴에는 배려랍시고 하는 말과 행동이 '나'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방해만 된다. '나'가 항의하자 호의를 원수로 갚는다며 도리어 성을 낸다. 앨리스 먼로는 훗날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일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만약 '나'가 남자였어도 이런 일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나오는 건물주도 '나'가 남자였다면 다르게 행동했을(또는 행동하지 않았을) 거라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그만큼 여자로 산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독창적인 재능과 무서운 열정을 지닌 예술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예술하는 습관>은 베스트셀러 <리추얼>의 저자 메이슨 커리의 신간이다. 저자는 <리추얼>에서 무려 161명에 달하는 예술가들의 일상생활과 반복적인 습관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중에 여성은 단 27명에 불과했다. 저자는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 이번에는 여성 예술가들의 루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을 썼다. 그러자 남성인 저자에게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많은 면들이 보였다. 남성 예술가들은 가정에서 남편이거나 아버지라는 사실이 그들의 커리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반면, 여성 예술가들은 아내이거나 어머니라는 사실이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그들은 여성을 무시하고 배제하고 차별하는 사회적 관습과도 싸워야 했다.


책에는 모두 131명에 달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루틴이 소개된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을 비롯해 도리스 레싱, 옥타비아 버틀러, 이사벨 아옌데, 수전 손택, 마거릿 미첼, 메리 셸리 등 작가가 대부분이고, 쿠사마 야요이, 클라라 슈먼, 니키 드 생팔 등 비(非) 문학 분야의 인물이 종종 있다. 루이자 메이 올콧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창작에 몰두하는 스타일이었던 반면, 수전 손택은 창작보다 자료 조사와 독서, 대화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여러 직업을 전전한 후에야 전업작가가 되었고, 도리스 레싱은 비교적 일찍 전업작가로 자리 잡았으나 아들을 키우기 위해 쉬지 않고 작품을 내야 했다.


작가들의 작업 방식과 경력 관리 방법 외에도 영감을 일깨우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각자가 했던 습관이나 취미 등도 소개된다. 예술가인 여성, 예술가를 꿈꾸는 여성뿐만 아니라 예술과도 같은 삶을 살고 싶은 모든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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