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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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의 저자 톤 텔레헨의 원래 직업은 의사다. 몸의 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다 보니 마음의 병도 치료하고 싶었던 걸까. 텔레헨은 1985년 동화 <하루도 지나지 않았어요>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텔레헨은 주로 이해하기 어렵고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철학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이 작품 역시 그렇다. 동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인간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동화 같지만 심오한 성찰이 담긴 선문답 같기도 하다.


책을 펼치면 다람쥐와 왜가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다람쥐가 갈대밭에 한 발로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넘어져 본 적 있니?" 왜가리가 대답했다. "아니. 난 넘어지는 게 안 돼." 다람쥐는 개구리, 개미, 코끼리, 코뿔소 등 다른 동물들을 데려와 넘어져 보라고 했다. 동물들은 모두 넘어질 수 있었다. 단 하나, 왜가리만 빼고. 동물들은 넘어지지 못하는 왜가리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왜가리 역시 넘어지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 넘어지는 게 뭐라고. 왜가리는 그냥 그렇게 태어났는데. 이렇게 별것도 아닌 걸로 서로 편을 가르고 비난하고 자책하는 모습은 인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심한 일이다.


책장을 넘기면 이번에는 다람쥐와 개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아침 다람쥐는 개미에게 편지를 썼다. 할 말이 있는데 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근데 글을 쓰다 보니 직접 만나서 말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얼마 후 편지를 받은 개미가 다람쥐네 집으로 왔다. 맛있는 간식을 먹고 따뜻한 차까지 끓여 마시고 나서 개미가 다람쥐에게 물었다. 대체 직접 만나서 하고 싶었던 말이 뭐냐고. 그러자 다람쥐가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냥 편지로 하는 게 낫겠다고 ㅋㅋㅋ 우물쭈물, 갈팡질팡하는 다람쥐가 귀엽다.


다람쥐와 개미의 이야기는 계속 나온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람쥐는 개미에게 아프다는 편지를 받는다. 다람쥐가 개미네 집으로 가보니 개미가 침대에 누워 진지한 얼굴로 천장을 보고 있다. 다람쥐는 오랫동안 좋은 친구로 지낸 개미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제대로 아파본 적도 없고 개미가 얼마나 아픈지 잘 몰라서 그냥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다. 함부로 위로할 수 없는 상태가 안타깝고,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 마음이 아름답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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