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의무 - 정의당 이정미 정치산문집
이정미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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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출연할 때마다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출간되자마자 구입했는데, 다른 책들 읽는다고 어영부영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저자가 노동 운동에 투신하고 정당정치에 입문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고, 故 노회찬 의원에 대한 회고, 현재 정의당이 직면한 숙제, 저자의 목표와 비전 등이 실려 있다.


인상적인 대목이 여럿 있었는데, 첫째는 저자가 정치를 시작한 계기다. 저자는 2003년 민주노동자 당직자 생활을 계기로 정당정치에 입문했다. 당시만 해도 저자는 당원이었을 뿐 직접 정치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당직 제안이 왔을 때,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할당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정작 당직은 거절한다는 게 어불성설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당직을 받아들였다. 더 많은 여성 리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면서 스스로 리더가 되는 일은 두려워하는 여성(나 포함)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대목이다.


둘째는 저자의 언니 이야기다. 저자의 언니는 2003년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중증 발달장애를 지닌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런 언니가 2011년 저자에게 보자고 했다.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는 60세 이상 살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마침 60세 이전에 사망하면 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 나왔다면서 나중에 자기가 죽고 보험금이 나오면 그 돈으로 아이를 돌봐달라고 했다. 저자는 그때 언니 손을 잡고 "이런 보험에 들 필요가 없게, 국가가 이 아이를 책임지는 사회를 10년 만에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셋째는 뮤지션이자 작가인 요조와의 만남이다. 몇 해 전 저자와 요조는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대화를 하면서 두 사람은 각자에게 중요한 현대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자에게는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중요하게 인식된 반면, 요조에게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과거에는 인정조차 못 받았던 '노동자'라는 단어가 지금은 널리 사용되는 것처럼, 앞으로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지닌 함의가 더욱 다채롭게 이해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이정미의 몰랐던 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여러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책이 두껍지 않고 글밥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술술 읽힌다. 정치인 이정미, 인간 이정미가 궁금한 분이라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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