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스티븐 리콕 지음, 허윤정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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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유머 작가 스티븐 리콕의 장편소설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캐나다의 작은 도시인 마리포사다. 인구가 오천 명 정도인,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 도시의 풍경만 봐서는 일 년 내내 사건사고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다. 사람들도 대체로 온화하고 인정 많아서,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대륙횡단 철도가 지나갈 때 외에는 시끄러운 일이라고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조시 스미스가 마리포사의 한 호텔에 묵으면서 시작된다. 13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집의 소유자인 스미스 씨는 사실 이 호텔의 주인이다. 마리포사의 한 호텔을 인수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스미스 호텔'이라고 명명한 스미스 씨는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해결한다. 마을 사람들과 유람선 나들이를 떠났다가 배가 가라앉아 물에 빠질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재치 있게 문제를 해결하고, 한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그 여자의 아버지가 반대해 사랑을 이룰 수 없게 된 남자를 구하기도 한다.


스미스 씨는 급기야 선거에 출마한다. 마리포사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면 많다고 볼 수 있고, 관심이 없다면 없다고 볼 수 있다. 선거철이 되면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만, 특별한 명분을 가지고 한 정당을 줄기차게 지지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스미스 씨의 정치적인 '입장'도 비슷하다. 보수당 후보로 출마하기는 하지만,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는 오로지 자기가 파는 맥주 때문이다.


선거에서 스미스와 맞붙게 된 백쇼는 스미스를 공격하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국방에 대해 묻기도 하고, 영국의 통치에 관해 묻기도 한다. 그때마다 스미스 씨는 명확한 대답을 피하고 오로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세 문제에만 진지하게 답변한다. 백쇼는 어이없어하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유권자들 또한 국방이나 통치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 주세 문제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의 정치 문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금 문제, 부동산 문제, 교육 문제에만 반응하는 한국의 일부 유권자들. 그런 유권자들을 노려서 한자리 차지할 생각만 할 뿐, 나라 전체의 이익과 관련 있고 미래 세대에게 꼭 필요한 변화에는 무관심한 정치인들. 이런 현실이야말로 '촌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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