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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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이 일찍 떠져서, 마침 어제 도착한 번역가 권남희의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읽었다. 읽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잘 생각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읽고 아침을 맞은 건 안 비밀.


저자가 2014년에 발표한 책 <번역에 살고 죽고>도 참 재미있었는데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도 못지않게 재미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마스다 미리, 미우라 시온 등 일본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번역하면서 겪은 소소한 일화들은 물론, 오가와 이토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직접 만나서 나누었던 대화들, 가쿠타 미쓰요의 <종이달>을 번역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종영된 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초대받았을 때의 있었던 일 등등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법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소설을 한두 번밖에 읽지 않은 독자는 물론, 같은 소설을 여러 번 읽은 번역가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던 작가의 이면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카모메 식당>을 쓴 무레 요코의 에세이집 <고양이의 주소록>을 번역할 때, 저자는 동물을 좋아했던 부모님과의 에피소드를 보고 "이런 심성을 가진 부모님 아래 자라서 무레 요코는 그렇게 따뜻한 소설들을 썼구나."라고 생각했다. <츠바키 문구점>을 쓴 오가와 이토를 직접 만났을 때도 너무 착하고 반듯해서 역시나 좋은 부모님을 두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이 부모로부터 학대 수준의 거친 취급을 당했다는 걸 알고 섣불리 판단한 걸 반성했다.


나이 50이 되자 거짓말처럼 갱년기가 찾아와 작은 일에도 우울해지고 눈물이 흘렀다는 이야기,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록밴드 '국카스텐'의 무대를 보고 국카스텐 덕후가 되어 유튜브에서 국카스텐 영상을 보면서 갱년기를 이겼다는 이야기, 마스다 미리의 책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를 번역하고 그전까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던 장기+원거리 여행을 감행했다는 이야기 등도 재미나다. 저자의 책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모를 수 없는 저자의 딸 정하의 근황도 나온다. 무라카미 하루키한테 편지 써서 답장 받은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이건 책에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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