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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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 빌'로 불린 연쇄살인범 제임 검을 잡은 이후 클라리스 스탈링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니발 렉터를 희대의 살인마로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양들의 침묵>의 후속편인 <한니발>을 읽어보길 권한다.


소설은 멤피스 교도소에서 탈옥한 후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듯했던 한니발 렉터가 7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된다. 계기는 물론 클라리스 스탈링이다. 어느덧 서른두 살의 FBI 특별 수사관이 된 클라리스는 마약 밀매와 불법 무기 반입 혐의가 있는 이벨다라는 여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벨다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대중은 클라리스를 비난하고, 안 그래도 전부터 클라리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FBI의 인사들은 이참에 클라리스를 FBI에서 내쫓으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니발 렉터가 7년 만에 처음으로 클라리스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달라는 내용의 편지 한 통을 보낸다. 클라리스는 이 사실을 잭 크로포드에게 알리지만, 은퇴가 멀지 않은 크로포드는 클라리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한니발 렉터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메이슨 버저는 한니발 렉터가 클라리스에게 연락해 온 사실을 알아내고, 클라리스를 이용해 한니발 렉터를 생포할 계획을 짠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클라리스는 메이슨의 '협조' 아래 한니발 렉터의 행방을 수소문하는데...


<양들의 침묵>의 주 무대가 미국이라면 <한니발>은 미국과 유럽을 오간다. 정확히는 이탈리아 피렌체. 소설의 전반부는 정체를 숨기고 피렌체의 유력 인사로 새 삶을 살게 된 한니발 렉터와 그의 정체를 알아채고 그의 뒤를 쫓는 리날도 파치 반장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소설의 후반부는 위기에 빠진 클라리스를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온 한니발 렉터가 메이슨 버저(와 그의 무리들)와 생사를 건 대결을 하면서 마무리된다.


한니발 렉터의 과거를 암시하면서 자칫하면 단순한 범죄 소설에 그칠 뻔한 이야기를 역사의 비극이 점철된 서사로 확장한 점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양들의 침묵>에서만 해도 남성 일색인 FBI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요원으로서 의지를 꺾지 않고 씩씩하게 일했던 클라리스가 남성 멘토 둘(존 브리검, 잭 크로포드)을 잃음과 동시에 일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결말은 아쉬웠다. 희대의 안티 히어로 한니발 렉터를 부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건 이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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