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 일상은 번잡해도 인생은 태연하게
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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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고 태어난 인생인데 어쩌자고 그렇게 '죽자'고 퍼마셨던 걸까?" 월간 <PAPER>를 창간한 작가 김원의 신간 <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 대목이다.


책에는 저자가 살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에 관한 단상이 에세이 형식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늘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왔다. 일하고 싶을 때는 일하고, 놀고 싶을 때는 놀고, 먹고 싶을 때는 먹고, 자고 싶을 때는 잤다. 그렇게 살아온 삶에 일말의 후회도 없다. 하지만 요즘은 남들도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들도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소리처럼 들려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가 불행하면 인간도 불행하다.


인생 선배로서 넌지시 건네주는 꿀팁도 있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망설여질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예를 들어 지금 다니는 회사에 계속 다닐지 아니면 새로운 회사로 이직할지 망설이고 있다고 해보자. 그럴 때는 지금 다니는 회사의 장점 다섯 개, 단점 다섯 개를 써본다. 그다음에는 이직할 회사의 장점 다섯 개, 단점 다섯 개를 써본다. 다 썼으면 지금 다니는 회사의 다섯 가지 장점을 순위와 중요도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1위는 50점, 2위는 40점, 3위는 30점... 같은 식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의 단점과 이직할 회사의 장단점을 점수로 매긴다. 합산한 점수가 높은 쪽을 택하면 된다.


평소 '이것만큼은 매일매일 꾸준히 해나간다'는 원칙이나 룰을 만들어보라는 팁도 나온다. 저자의 경우 10년 넘게 하루에 4시간씩 나무를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필통, 우드 스피커, 조명, 원목 도마, 티 테이블 등 여러 가지를 손수 만들었다. 거창한 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계속해서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고 요령이 생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한 원칙과 룰이 그 사람의 인격을 만들고 개성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는 어떤 원칙과 룰이 있을까. 한 번쯤 찬찬히 생각해 봐야겠다.


장례식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죽은 이후가 아니라 죽기 30일 전쯤에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연출할 생각이다. 조문객으로는 평소 친하게 지낸 친구들을 100명 정도 초대할 예정이다. 병원 장례식장 대신 소극장을 빌리고, 시뻘건 육개장 대신 평소 자신이 좋아한 음식들을 대접할 것이다. 식이 시작되면 한 사람씩 무대로 불러서 가벼운 인사를 나눌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장례식에 초대할 100명의 친구 리스트를 추리고 있다니 결심이 대단하다. 나라면 나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까.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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