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 - 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천주교를 믿었다는 혐의를 받아 유배형을 받고 집을 떠나 있던 정약용이, 아버지 없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자식들을 걱정하며 쓴 편지글이었다.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 자식들과 주고받은 편지가 한두 통이 아니었을 터. 다른 편지들에는 어떤 글이 적혀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마침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주제별로 나누고 해설을 붙인 책이 나왔다. 오세진의 <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공부뿐이다'에는 공부의 중요성과 공부하는 태도, 공부하는 방법 등이 나온다. 정약용의 아들들은 집안 전체가 폐족을 당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도 과거 시험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약용은 아들들에게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훈계했다. 오히려 폐족이 된 집안의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타일렀다. 공부를 할 때는 그저 책을 읽지만 말고, 책에서 배운 내용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시대 문제와 결부지어 고민해보라고 덧붙였다. 실사구시를 중시한 실학자다운 조언이다.


제2장 '자식들에게 경제생활을 이야기하다'에는 경제와 생활에 대한 생각이 나온다. 정약용은 아들들에게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열심히 일하라고 충고했다. 자식들이 다산초당에 방문했을 때 손수 채소밭을 가꾸고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열심히 일해서 재물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물을 모으는 데에만 급급해 가족과 이웃 돌보기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금전적 이익에 눈이 멀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돈 버는 일에만 골몰하고 타인의 권리나 공동체의 발전에는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다.


제3장 '남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바라지도 마라'에는 사회생활에 대한 충고가 나온다. 정약용은 아들들에게 술을 멀리하라고 말했다. 술을 마시면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실수도 늘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는 누가 보고 곡해할 것을 염려해 나쁜 말은 쓰지 말고 좋은 말도 가려 써야 한다. 부모가 잘못을 하면 자식이라도 비판을 해야 한다. 부모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불효가 아니라, 부모가 잘못하는 데도 비판하지 않는 것이 불효다. 임금과 신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욕먹을 각오를 하고 비판을 하는 것이 맞다.


마지막 제4장 '제사상을 차리기보다 나의 책을 읽어다오'에는 당대의 정치와 학문에 대한 정약용의 생각이 나온다. 놀라운 점은 정약용이 당대의 일본 학자들의 글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의외로 후하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과거시험이 없어서 지식인들이 시험 목적이 아닌 자기 수양, 학문 연마의 목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부러워했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밖에도 귀감이 되는 글이 많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식들에게 이르는 말이기에 다른 어떤 글이나 말보다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