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묘르신
SOON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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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대학 보내기'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을 알게 된 건, <탐묘인간>의 작가 SOON의 신간 <우리집 묘르신>을 통해서다. 저자는 15살 된 고양이 '미유', 14살 된 고양이 '앵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고양이 나이 열다섯이면 사람 나이로는 칠십 대 후반. 주위를 둘러봐도 미유, 앵두만큼 나이가 많은 고양이가 드물고, 전에는 안 나던 흰 털도 나고 병치레도 잦아져서 저자의 불안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저자는 SNS에서 '고양이가 20살까지 장수하는 것'을 '대학 보낸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았다. 고양이 나이 스물이면 사람 나이로는 백 살. 고양이를 스무 살 넘도록 키우기란 자식을 대학 보내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만큼 보람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를 정하니 왠지 모르게 불안감도 줄었다. 실제로 '대학 보내기'에 성공한 집사들의 사례를 보면서 '석사', '박사'까지 하게 해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책에는 저자가 15년 동안 집사로 생활하면서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이 만화 형식으로 담겨 있다. 미유, 앵두와의 첫 만남을 비롯해 미유, 앵두와 함께 보내는 일상,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다른 고양이들과의 추억 등이 따스하게 그려져 있다. 집사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쭐레쭐레 따라와 집사가 일을 보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고, 앵두가 급격히 살이 쪄서 왜 그럴까 궁금해했는데 알고 보니 집사가 자는 동안 힘으로 급식기를 털어서 먹이를 먹었다는 에피소드는 뚱냥이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평소처럼 고양이들에게 궁디팡팡을 해주던 저자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궁디팡팡에도 자격증이 있다면 분명 1급일텐데. 약 먹이기 1급, 헤어볼 치우기 고급, 캔 감별사 1급, 수염 줍기 상급, 똥 봉지 묶기 1급 ... 언젠가 너희가 없다면 이 능력들도 쓸모가 없어지겠지?' (232-4쪽)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보냈지만 여전히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저자의 말에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었다. 부디 미유와 앵두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아서 대학 입학에 성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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