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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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일본에 갔다. 6박 7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는 그 여행을 통해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전에는 일본어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 여행을 하면서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서부터는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고 결국 원어민과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 덕에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도 해보고, 일본인들을 상대하는 일도 해봤다. 이 정도면 여행을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내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인기 유튜버 슛뚜의 여행 에세이집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를 읽는 동안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이다. 저자는 이십 대 초반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덴마크,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아이슬란드, 인도네시아 등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4년 동안 저자의 발길이 닿은 도시만 21개에 이른다. 여행기를 엮어 두 권의 책도 냈다. 첫 번째 책이 2016년 독립 서적으로 출판한 <낯선 일상이 반복되는 곳>이고, 두 번째 책이 이 책이다.


여행을 통해 저자는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 여행을 할 때 매 순간이 행복하고 매번 일이 잘 풀렸던 건 아니다. 지도를 잘못 보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 내린 적도 있고,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서 불쾌한 경험을 한 적도 있고, 버스에 가방을 놓고 내리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배우는 것이 꼭 있었다. 낯선 곳에 도착해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그 지역 사람들만 아는 명소였다거나, 나누어준 음식을 거절해서 언짢았는데 알고 보니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거나, 가방을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줬다거나. 이런 경험을 하면서 저자는 용기가 생기고 시야가 넓어지고 가치관이 바뀌었다.


평범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방법도 배웠다. 평소에는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도 잘 안 가는데, 여행을 할 때는 숙소 근처에 있는 공원에 누워 뒹굴뒹굴하기만 해도 행복했다. 한국에서는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먹어야 남한테 자랑할 만한 식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행을 할 때는 강가에 철퍼덕 주저앉아 주먹밥을 먹고 캔맥주를 마셔도 근사한 한 끼가 되었다. 여행할 때처럼 일상을 산다면 삶이 한 뼘은 더 여유롭고 행복해질 거라는 저자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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