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들 - 한 난민 소년의 희망 대장정 미래그래픽노블 3
오언 콜퍼.앤드류 던킨 지음, 조반니 리가노 그림, 민지현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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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마존 올해의 책, 2019 그래픽 문학상 최우수상에 빛나는 그래픽 노블 <불법자들>은 한국인들에게 아직은 낯선 난민 문제의 실체를 보여주는 책이다. 주인공 이보는 이제 겨우 열두 살인 소년이다. 아버지의 행방은 알려진 바 없고 어머니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삼 남매 중 맏이인 누나는 유럽으로 떠났고 손위 형마저 누나를 찾겠다고 떠났다. 이제 곁에 남은 건 술독에 빠진 삼촌뿐. 이대로는 살 길이 막막하다고 판단한 이보는 삼촌 몰래 집을 떠난다. 형과 누나를 찾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이보는 비록 집에서 돈 한 푼 챙겨 나오지 못했지만 운 좋게 버스를 얻어 타고 노숙을 하고 차를 얻어 타며 조금씩 조금씩 유럽 땅에 가까워진다. 그러다 마침내 먼저 떠난 형을 만나게 되고, 형과 함께 이탈리아로 향하는 배를 얻어 타게 된다. 말이 배지 실상은 강에서 래프팅을 할 때나 쓸 법한 고무보트다. 이런 보트를 타고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만한 배조차 못 타는 사람이 많았기에 이보는 서둘러 배에 오른다. 그 배 위에서 무엇을 잃게 될지는 전혀 모른 채.


이보의 이야기는 작가가 지어낸 허구이지만 대체로 사실에 근거한다. 매년 이보처럼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본국에서 살 수 없게 된 수천 명의 성인과 아이들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한다. 정식으로 체류 허가를 받기가 극도로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허가 없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밀수업자에게 막대한 돈을 뜯기고, '죽음의 행로'로 불리는 바닷길을 건너다 목숨을 잃는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게 강간을 당하거나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일도 많다.


난민 문제가 심각한 유럽은 물론, 아직은 난민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한국에도 난민 또는 불법 이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어떤 사람도 태어날 때 스스로 부모를 결정할 수 없는 것처럼 국적 또한 결정할 수 없다. 자신이 원해서 그 나라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이나 빈곤 문제 때문에 생사를 위협받는다는 것은 불평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 역사에도 수많은 난민이 있었다. 삼국 시대에는 전쟁으로 나라가 멸망해 더는 한반도에 살 수 없게 된 고구려 유민, 백제 유민들이 가까운 만주, 중국이나 일본으로 건너가 살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만주, 연해주로 떠났다가 중앙아시아로 밀려나기도 했고, 이승만 정부 때는 4.3 사건으로 더는 제주도에서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일본으로 떠났다. 이 밖에도 내가 잘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난민, 이민의 역사가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좀 더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대한 생각을 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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