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초 일본 삿포로에 다녀왔다. 어머니와 함께 패키지여행 상품을 예약해 다녀왔는데, 자유여행에 익숙한 나로서는 패키지여행을 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가이드가 알아서 호텔과 교통편 예약도 해주고 해당 여행지의 역사와 지리, 문화에 대한 설명도 해주니 따로 뭘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여행이 끝난 후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것이다. 자유여행을 할 때는 뭐든 스스로 준비하고 공부하다 보니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는다. 반면 패키지여행을 할 때는 뭐든 가이드의 도움을 받으니 결과적으로 뇌리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패키지여행이 잘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자유여행이 더 잘 맞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언젠가 파리 여행을 한다면 무조건 이 책을 읽고 갈 생각이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주경철의 책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이다.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사학자인 저자의 이전 책들과 약간 결이 다르다. 이제까지 펴낸 책들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역사를 소개하는 형식의 책이었다면,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는 파리의 지리, 지형적 특성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역사를 개괄하고 유럽사, 세계사에서 가지는 의미를 고찰한다. 각 장마다 각 장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관광지가 표시된 지도가 실려 있어서 조만간 파리를 찾을 계획인 여행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테섬, 마레 지구, 라탱 지구,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등 파리 하면 떠오르는 장소들의 역사와 문화도 자세히 나온다.


1부에는 고대부터 백년전쟁 시기까지, 2부에는 종교전쟁 시기부터 루이 14세 시대까지의 역사가 서술되어 있다. 3부에는 프랑스 혁명부터 나폴레옹 1세 시대까지, 4부에는 파리 코뮌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사건들이 나온다. 파리는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떠돌며 살았던 흔적이 있고, 신석기 시대에는 아예 정착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파리를 좌안과 우안으로 가르는 센강은 예부터 수많은 물자를 나르며 파리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파리는 중세까지도 프랑스의 주요 도시들 중 하나 정도의 위상을 가지다가 필리프 2세 시대부터 압도적인 발전을 이뤘다. 13세기에 이르러서야 파리가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고, 상업이 발전하고 인구가 크게 늘면서 프랑스 혁명의 씨앗이 되는 시민 문화가 융성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건 18세기의 일이다. 시민 사회가 발달하고 연극과 오페라가 유행하면서 카페가 생겨났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인 바게트가 유행한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파리시에서는 매년 최고 바게트 선발대회를 개최하며, 1등을 수상한 바게트는 대통령궁에 납품된다. 볼테르, 쇼팽, 콜레트, 마리 퀴리, 알베르 카뮈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가 젊은 시절 유학생으로서 파리를 찾았을 때와 몇 해 전 안식년을 맞아 파리에서 생활했을 때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대목도 있다. 파리에 가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파리에 관한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시각을 전해주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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