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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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인 저자가 도시에 관심을 가진 건 개인적인 경험 덕분이다. 시카고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자는 1995년 7월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시카고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해 7월 14일부터 20일까지 시카고에 기록적인 폭염이 덮쳐서 시카고 주민 739명이 사망했다. 저자는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도 이 사건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고, 결국 전공 주제를 자연재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으로 바꿨다. 그 결과물이 저자의 전작인 <폭염사회>다. <폭염사회>의 후속편 격인 이 책은 폭염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각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도시 내에서도 어떠한 차이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늘리거나 줄이는지 설명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들이 교류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물리적 공간 또는 조직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 줄여서 '사회적 인프라'라고 부른다.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피해가 심한 곳은 대체로 사회적 인프라가 튼튼하지 않았다. 이웃 간에 교류가 없어서 옆 집에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반면 피해가 심하지 않았던 곳은 대체로 사회적 인프라가 튼튼했다. 이웃 간에 교류가 활발하고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다 알아서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신속한 구조 활동이 펼쳐졌다. 


이러한 분위기가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공동체의 문화, 풍습 같은 비물질적 요소에 의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공공시설, 즉 도서관, 학교, 놀이터, 공원, 체육 시설, 수영장 등의 사회적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해당 지역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어울리면서 공동체의 문화와 풍습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공공시설을 이용해 지역 사회의 범죄율을 낮추고 지역민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다수 나온다. 버려진 건물들을 관리만 잘 해도 폭력 사건이 줄어든다. 카페나 녹지가 많을수록 범죄율이 낮아진다. 도서관에서 소규모 학습 공동체를 운영하거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평생 교육률도 높아진다. 공동체 텃밭 또는 농장을 운영하면 지역민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니 몇 년 전에 읽은 <수영하는 여자들>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런던의 공공 수영장 '리도'에서 수영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인데,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여성들이 같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렸다. 저자의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세계 여러 나라에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다양한 시설이 있다. 중국인들은 이른 아침 도시 곳곳에 있는 광장에 모여 체조를 하거나 춤을 추면서 건강도 챙기고 친목을 다진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마을마다 있는 지열 온천장에 모여 함께 온천을 하면서 이웃 간에 친교 활동을 한다. 한국에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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