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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사연들 -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8년 12월
평점 :

'때를 밀다'라고 할 때의 '때'는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국방색은 언제부터 카키색을 뜻하는 말로 쓰였을까. 윷놀이의 '도개걸윷모'의 '도'가 뜻하는 동물은 무엇일까. 20여 년 동안 활자 매체에서 기사를 썼고 요즘은 글쓰기 강사로 일하는 작가 백우진의 책 <단어의 사연들>에 그 답이 나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말 단어의 사연들을 하나씩 하나씩 재미나게 소개한다. "외국어를 모르는 자는 모국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남긴 말이다. 실제로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외국어에는 없고 모국어에는 없는 표현, 반대로 모국어에는 없고 외국어에만 있는 표현을 알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때'다. 영미권 사람들에게는 때를 미는 문화가 없다. 그러니 때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군복의 색을 뜻하는 국방색이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사용되었다. 나라마다 국방색이 있지만, 국방색은 나라마다 다르다. 적도에 가까울수록 청색이 진하고 적도에서 멀수록 갈색이 진하다.
'아재개그'라고도 불리는 말장난은 사실 인류가 언어를 구사한 이래 꾸준히 해온 언어 관습이다. 심지어 성경에도 말장난이 나온다. 마태복음 16장에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리니"라는 말씀이 나온다. 목사님이 이 구절에서 영감을 얻으셨는지, 교회 이름이 '반석 교회'인 경우도 엄청 많다. 그런데 사실 이 문장은 말장난이다. 베드로(Peter)는 바위를 뜻하는 그리스어 'petros'에서 나온 말이다. petros에서 생겨난 다른 단어로는 'petroleum', 석유가 있다. 다시 말해, 베드로가 원래 바위라는 뜻이니 바위 위에 교회를 짓는다는 말이다.
'도개걸윷모'에서 '도'가 뜻하는 동물은 바로 돼지다. 돼지의 옛 이름은 '돝(돋)'이다. 돼지가 도토리를 잘 먹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슴도치의 '도치'도 돼지의 옛 이름 중 하나다. 돌고래를 한자어로는 '해돈', '해저'라고 한다. '바다돼지', '물돼지'라는 뜻이다. 버스(bus)는 옴니버스(omnibus)에서 앞을 떼 만든 단어다. 자동차가 올라가는 경사면이 가파를 때 '고바위가 심하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일본어 '고바이'를 오용한 것이다.
'오줌을 눈다', '똥을 눈다'라는 말과 '오줌을 싸다', '똥을 싸다'라는 말은 어떻게 다를까. '누다'는 배설물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는 뜻이고 '싸다'는 배설물을 참지 못하고 내놓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줌싸개'라는 말은 있어도 '오줌누개'라는 말은 없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