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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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편집자로 일했던 저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매일 같이 만원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것도 지쳤고, 매번 높은 성과를 올리길 요구당하며 야근을 거듭하는 것도 힘에 부쳤다. 그러던 어느 날 1년 정도 일본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1년 정도 살았던 독일에서의 생활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라면 유유자적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얼마 후 회사를 그만두고 베를린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는 저자 쿠보타 유키가 독일, 그중에서도 베를린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일들을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독일이라고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느린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저자에게는 독일의 속도가 딱 좋았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과한 서비스를 베풀고 요구하는 일본과 달리, 독일은 서비스를 베풀지도 요구하지도 않는 문화라서 편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얼마 전부터 자리 잡기 시작한 '워라밸' 문화도 독일에서는 진작에 자리 잡았다. 독일 사람들은 회사에서 최대한 집중해 빨리 일을 마친다. 업무가 끝난 후 야근을 하거나 회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휴일에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독일 사람들은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이 잘 유지되어야 결과적으로 일도 잘 되고 개인도 행복하다는 걸 안다. 독일 사람들은 일 년에 30일씩 유급 휴가를 쓰고, 휴가를 쓴다고 회사에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휴가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독일 여성들의 옷차림에 관한 부분이다. 독일 여성들은 거의 맨 얼굴에 티셔츠나 니트, 스키니 진을 입고 운동화나 부츠를 신고 다닌다. 직장인도 대부분 캐주얼을 입고, 금융이나 법률 등 일부 업종에서만 정장을 입는다. 일하러 갈 때 치마를 입고 살색 스타킹을 신고 구두를 신고 짙은 화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그런 차림을 하면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저자의 충고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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