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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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도 권태기가 있다면(독태기?) 지금이 내게는 그때인 것 같다. 전에는 이 책도 재미있어 보이고 저 책도 재미있어 보여서 한 달에 몇 권씩 수시로 구입하곤 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두 권 살까 말까 하다. 전에는 아침에 눈 뜨면 책 읽고 저녁에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곤 했는데 요즘은 책 읽을 짬이 생겨도 책에 눈길 주는 것조차 귀찮다. 나이 때문인가 아니면 스마트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요즘 딱히 재미있는 책이 안 나와서인가.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정세랑 작가의 <덧니가 보고 싶어>이다. <덧니가 보고 싶어>는 정세랑 작가가 2011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내가 만난 책은 2011년에 나온 초판이 아니라 2019년에 나온 개정판이다. 이야기는 과거에 사귀었고 현재는 헤어진 '재화'와 '용기'의 관점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재화는 직장에 다니면서 장르 소설가로 투잡을 뛰는 30대 전후반의 여성이다. 재화는 작품을 쓰면서 전 남자친구 용기를 연상케 하는 등장인물을 아홉 번 죽인다. 재화와 헤어진 후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는 용기는 어느 날부터인가 몸 이곳저곳에 처음 보는 문장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자친구는 대체 무슨 일이냐고 다그치지만 용기로서도 영문을 알지 못해 당황스럽다.


<덧니가 보고 싶어>는 재화와 용기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가운데 아홉 개의 또 다른 픽션이 가미되는 구성을 취한다. 아홉 개의 픽션은 용기를 연상케 하는 등장인물이 죽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장르나 내용 면에서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어떤 이야기는 용이 공물을 바치라고 협박하는 환상의 세계가 배경인가 하면, 어떤 이야기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가상 현실이 배경이고, 또 어떤 이야기는 기생과 유생이 기약 없는 사랑을 나누는 조선 시대가 배경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 아홉 개의 픽션을 모두 읽고 나면 사실 재화와 용기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심정이 되는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재화와 용기가 다시 만나는 결말은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재결합이 꼭 해피엔딩일까?).


정세랑 작가 특유의 발랄함과 경쾌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라서 좋았다. 첫 장편소설에 무려 열 가지 이야기를 담은 배포도 멋지다. 몇몇 이야기는 장편으로 늘려서 써주셔도 기쁠 듯. 리뷰를 쓰면서 정세랑 작가의 작품 목록을 보니 한두 작품 정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을 읽었다. <지구에서 한아뿐>, <덧니가 보고 싶어> 같은 초기작들이 최근 들어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반갑고 기쁘다. 개인적으로 <이만큼 가까이>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작품도 개정판으로 출간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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