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히말라야 - 설악아씨의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
문승영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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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서 산에 인생을 건 여자가 있다. '설악아씨'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함께, 히말라야>의 저자 문승영이다. 대학에서 지리교육학을 전공하고 학원 강사로 일하던 저자는 20대 후반 친구를 따라 태백산에 올랐다가 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설악산을 시작으로 백두대간을 정복했고,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을 가리지 않고 산에 올랐다. 그런 저자의 눈에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가 들어왔다. 이 책은 2014년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을 연속 횡단한 저자의 기록을 담고 있다.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GHT)이란 무엇일까.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은 동서로 뻗어 있는 히말라야산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하이 루트를 일컫는다. 보통 네팔의 동쪽 국경에 위치한 칸첸중가 북면 베이스캠프인 팡페마에서 시작해 서쪽 국경인 힐사까지 이어지는 루트를 의미한다. 트레일이라고 해서 제주 올레같이 잘 정비된 길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은 길이만 약 1700km에 달하고, 중간에 5000m가 넘는 20여 개의 고개와 6100m가 넘는 고개 두 개를 넘어야 한다. 그것도 그냥 고개가 아니라 암벽 또는 빙벽이라서 상당한 수준의 등반 기술을 체득한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다.


저자가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에 도전한 계기는 신혼여행이다. 보통의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지로 화려하고 낭만적인 휴양지를 택하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저자 부부는 다른 어떤 휴양지보다도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에 끌렸다. 덕분에 결혼 준비와 트레킹 준비를 동시에 해야 했다. 친구들은 신혼부부를 위한 선물 대신 트레킹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줬다. 허니문을 겸해 찾은 히말라야라고 해서 매 순간이 꿀처럼 달콤하지는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위험천만한 길과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날씨가 저자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인생의 동반자인 남편이 믿음직한 모습으로 곁에 있어줘서 혼자일 때보다는 안심했으리라.


그런 남편이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탈진했을 때는 저자도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히말라야 사정에 빠삭한 포터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날씨가 안 좋은 날이었다. 포터들에게 거의 실려오다시피 한 남편이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텐트에 쓰러져 있을 때 저자의 머릿속에선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다고 울 수는 없었다. 예전 같으면 내 한 몸만 건사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남편까지 책임져야 한다. 저자까지 저체온증에 걸리는 등 힘든 상황이 잇달아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마주치는 아름다운 대자연과 푸근한 인심이 저자를 계속 걷게 만들었다. 깊은 밤 새하얀 설산 위로 유성우가 떨어지는 모습을 봤을 때의 황홀한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놓치고 살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험지에서 40일 넘게 트레킹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몸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마음도 단련시켜주는 귀한 경험일 것이다. 하루하루의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한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놀랍고, 트레킹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산에 도전하고 있다니 멋지다. 저자의 건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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