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예요
제리 모 지음, 김만희.정민철.구도연 옮김 / 메이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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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중독은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통제할 수도 없고 내가 낫게 할 수도 없어, 대신 나는 자신을 잘 돌보고 내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고 나를 위해 건강한 선택을 하고 나 자신을 축복할 수 있어." (<중독 가정 아이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7가지 원칙> 중에서)


세상에는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약물 중독 등 다양한 중독이 있다. 중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은 중독자 본인만이 아니다. 중독자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그중에서도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자녀들이 입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 베티포드센터 국가어린이프로그램의 책임자 제리 모의 책 <우리 엄마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예요>는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그러한 고통과 피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대체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사랑하는 부모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가 끊임없이 알코올에 손대는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는 상냥하고 자상했던 부모가 술을 마신 후 성격이 예민하거나 포악해지면 아이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엄청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행여 부모가 자녀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그러한 폭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아이들은 더 이상 자신의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느낄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이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사람의 자녀들에 비해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가정에서 알코올을 접할 확률이 높고, 부모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적절한 개입이나 통제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독자의 부모나 배우자는 이미 성인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능력이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중독자의 자녀는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 능력도 떨어지고 책임 능력도 없다. 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알코올에 손댈 가능성이 높고, 성인이 되어서도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이 책에는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을 중독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답게 지낼 수 있는 권리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또래에 비해 너무 빨리 성숙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이 단 하루 만이라도 부모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다양한 놀이와 예술, 창작 활동을 하면서 충분히 대화하고 속마음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이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부모나 이모, 삼촌,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 학교 선생님 등 아이들 스스로 신뢰하고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어른을 정하게 하고,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그 어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책에는 이 밖에도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회복의 길을 걷게 된 사례가 다수 나온다. 알코올 중독자의 가족 또는 지인이라서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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