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세계사 - 마흔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역사지식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 독일의 정치가 비스마르크가 남긴 말이다. 문제는 역사의 양이 하도 방대해서 배우기가 쉽지 않고, 역사를 통해 배운 교훈을 현실에서 활용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 <천하무적 세계사>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도쿄대 명예교수이자 30년 넘게 로마사를 연구한 서양사학자인 모토무라 료지가 쓴 이 책에는 세계사 중에서도 로마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덕목 7가지가 실려 있다.


저자가 정리한 로마인의 핵심 덕목 7가지는 관용, 동시대성, 결핍, 대이동, 유일신, 개방성, 현재성 등이다. 이 중에 가장 의외였던 항목이 결핍이다. 결핍이 로마를 번영하게 하고 세계 제국으로 만들었다니 대체 무슨 뜻일까. 책에 따르면 여기서 결핍은 지구환경이 급속히 건조해지는 '건조화'를 일컫는다. 세계 4대 문명이 강 주변에서 태동한 건 우연이 아니다. 주변 지역의 환경이 건조해지면서 사람들이 물을 찾아 강 주변으로 모이고, 그러면서 도시 규모가 점점 커지고 문화가 발전해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로마 역시 건조한 기후로 인해 물을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이 과정에서 시스템이 생겨나고 사회가 발전했다. 결핍이 문명을 만들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동시대성이 로마를 제국으로 만들었다는 건 무슨 뜻일까. 동시대성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뜻한다. 저자는 로마의 동시대성을 드러내는 예로 알파벳, 유일신 신앙, 화폐를 든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공감하려면 어렵거나 복잡해서는 안 된다. 알파벳은 기존의 문자를 간단하게 만든 것이고, 유일신 신앙은 몇백, 몇천 명에 달하던 신을 하나로 줄인 것이다. 화폐 역시 로마 이전에는 다수의 형태로 존재했다. 기술이든 문화든 널리 전파되기 위해선 간소해질 필요가 있다. 로마의 실용적인 문화는 이전의 문화를 훨씬 더 간소하게 바꿨고, 이것이 다시 제국 전체로 확산되며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개방성'에 관한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동양에서 공화정이 뿌리내리기 힘들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서양에서는 최고 권력자와 민중의 거리가 가까웠던 반면, 동양에서는 최고 권력자와 민중의 거리가 가깝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일견 타당한 분석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문화 차이가 공화제, 나아가 민주 정치의 가능성으로 연결된다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대의정치를 실현한 영국에는 왜 아직도 왕이 있을까. 한 세기 전만 해도 왕이 있었던 한반도에는 어떻게 민주공화정이 들어섰을까. 결국 한 나라의 정치 구조와 정치 문화는 하나로 요약하기 힘든 여러 요인의 작용으로 결정되며, 종국에는 그 나라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문화 수준을 반영할 따름이다(21세기에 왕이 있는 나라, 대체 뭘까...).


"지금의 중국을 보면 하나의 대국이라기보다 국내 자체가 본국과 식민지로 구성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282쪽)라는 생각도 흥미로웠다. 요컨대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가 본국이고 나머지는 식민지 같다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이런 차별 내지는 불평등이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럴지 의문이라는 주장에 다소 동의가 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절대적인 것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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