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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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계절이 오면 전 세계의 독서가들은 어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을지 서로 예측하며 즐거워한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올가 토카르추크와 페터 한트케에게 돌아갔는데, 향후 몇 년 안에 이 작가의 이름이 불릴지도 모른다. 바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전 세계가 극찬한 현대 중국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옌롄커다. 


옌롄커는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 때부터 28년을 군인으로 복무했다. 군인이었던 옌롄커가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옌롄커의 이력에는 "1979년 군대 내 문학창작반에서 활동하던 중 <전투보>에 단편 <천마 이야기>를 실으며 데뷔했다."라고 나오지만, 이 소설의 서문을 보면 그보다 훨씬 복잡한 사연이 있는 것 같다. 29년 전 극심한 허리 통증과 목 디스크를 앓던 옌롄커는 중국 대륙을 돌며 영험한 의술과 명약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중국 시안에서 멀리 떨어진 옥수수 들판에 서게 되었다. 그 순간 그에게 이런 영감이 떠올랐다. "한 편의 소설이 한 사람과 옥수수 줄기 하나만을 묘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한 발상이 이 소설 <연월일>로 이어졌다는 것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만 보고 그릴 수 있는 것만 그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소설 <연월일>에는 옌롄커가 그동안 발표한 70여 편의 중단편 중에서 저자가 직접 고른 네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연월일>을 비롯해 <골수>, <천궁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등이다. <연월일>은 태고 이래 최악의 가뭄이 덮친 농촌 마을에서 홀로 살아가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을 사람들은 뜨거운 햇볕과 가뭄을 피해 다른 마을로 떠났지만, 노인에게는 그럴 힘도 여유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을에 혼자 남은 노인은 마을 사람들이 남기고 간 식량을 훔쳐 먹고, 쥐가 이동하는 경로를 쫓아 곡식을 찾아서 먹고, 그조차도 여의치 않으면 쥐를 잡아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과연 이 노인은 지독하게 긴 가뭄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노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면서도 은근한 감동이 느껴졌다.


이어지는 <골수>는 지능이 낮은 네 남매를 혼자 힘으로 키우는 요우쓰댁의 이야기를 그린다. 요우쓰댁의 남편은 태어나는 아이마다 머리가 성치 않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혼자 남은 요우쓰댁은 남편을 원망하며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네 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내겠다고 다짐한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어떻게 남편감을 구해 시집을 보냈는데, 문제는 셋째 딸과 막내인 아들이다. 셋째 딸은 지능이 낮아도 남들 하는 건 다해보고 싶은지 하루빨리 남편감을 구해 시집을 보내달라고 요우쓰댁을 졸라댄다. 막내아들은 그런 요우쓰댁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위 누나의 젖가슴을 만져대 요우쓰댁의 속을 뒤집는다.


이 밖에도 중국 농촌의 현실을 신랄하게 묘사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옌롄커 이전에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불렸던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인생> 등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옌롄커의 작품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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