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의 왕자들
김대웅 옮김, 아미르 후스로 델라비 원작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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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존 쿠삭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세렌디피티>를 본 적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두 남녀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하지만 둘 다 이미 애인이 있어서 또 한 번 우연히 만나면 그때는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약속하고 헤어진다. 이때 두 사람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운명이 되는 인연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불렀다. 그래서 알게 된 세렌디피티라는 단어가 최근 BTS의 노래 제목으로 쓰이며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아미르 후스로 델라비의 소설 <세렌디피티의 왕자들>은 세렌디피티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 동화 <세렌딥의 세 왕자의 여행과 모험>를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각색한 것이다. 세렌딥은 실론, 즉 오늘날의 스리랑카의 페르시아식 지명이다. <세렌딥의 세 왕자의 여행과 모험>은 아버지인 국왕에게 나라를 지키기 위한 세 가지 중요한 보물을 찾으라는 명을 받은 세 왕자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각자의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교훈을 담은 이야기이다.


<세렌디피티의 왕자들>도 비슷한 전개를 따른다. 이야기의 배경은 아주 먼 옛날. 동방의 나라 세렌집의 지아페르라는 위대한 왕이 살았다. 왕에게는 세 명의 똑똑한 왕자들이 있었고, 왕은 이 중에 한 사람이 자신의 뒤를 이어 왕국을 통치해주길 바랐다. 세 왕자 중에 누가 가장 왕이 될 만한 인재인지 알고 싶었던 왕은 왕자들에게 시험을 내렸다. 나흘 안에 궁궐을 떠나고 보름 이내에 이 나라를 떠나 외국에서 왕국에 필요한 보물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나라 밖으로 떠나본 적 없는 왕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지만, 국왕인 아버지의 명령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래서 왕자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모험을 떠났다.


모험을 떠난 세 왕자는 길 위에서 낙타를 잃어버렸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황제를 살해할 계획을 품은 사람을 찾아내 황제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황제의 명을 받고 진실만을 말하는 '정의의 거울'을 찾으러 인도로 가기도 하고, 공포의 '오른손'을 지닌 여왕 앞에서 당당한 태도를 보여 여왕의 환심을 사기도 한다. 무엇 하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우연 투성이' 모험이었지만, 이 모험 끝에 세 왕자는 자신들의 진정한 소망과 잠재된 능력을 깨닫게 된다.


앞으로의 전개를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라비안나이트> 만큼 흥미로웠고, 계획대로 사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모험을 해보는 것이 새로운 나를 만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도전 정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세 왕자가 전처럼 풍요로운 궁궐 안에서 뛰어난 선생들의 가르침만 받았다면 인생의 위기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을 터. 삶에 크고작은 우연이 생기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그 중에 귀하고 좋은 우연은 운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진정한 교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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