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 지속가능한 도시 생활을 위한 한옥 라이프
장보현 지음, 김진호 사진 / 생각정거장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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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아파트에서만 쭉 살아온 나는 한옥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잘 모른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이다. 이 책을 쓴 장보현, 김진호 부부는 새로운 작업실을 찾다가 지금 사는 한옥을 만났다. 도심 한옥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있던 터라 계약을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을 때, 전 세입자의 당당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집을 좋아하고 자신 있어 한다면 괜찮은 집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고, 한옥에서의 생활이 퍽 마음에 들어 이렇게 책도 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한옥에서 생활하면서 사계절과 24절기를 보낸 기록을 담고 있다. 한옥에서 맞이하는 봄은 어떨까. 개구리가 잠에서 깨는 경칩 무렵. 저자는 집안의 묵은 먼지와 때를 벗기고, 세찬 봄비가 내리기 전에 배수로 난간 청소를 한다. 겨울 동안 두고두고 먹거리가 되어준 감자와 양파, 마늘의 보관 상태를 살피고, 허기를 느낄 즈음 냉동고에 얼려둔 타르트지를 꺼내 에그 타르트를 만든다. 한낮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노라면 반려묘 두 마리가 어디 숨어있다 이제야 나타나 발등을 간지럽힌다.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오면 어떨까. 한옥은 고온다습하고 장마가 일상인 한국의 여름 기후와 잘 맞지 않는다. 비라도 한 번 오면 책이나 이불이 금세 눅눅해지고 더러 축축하게 젖기도 해서 마른 해가 날 때마다 볕 좋은 곳에 내놓고 말려줘야 한다. 번거롭다면 번거롭지만, 한옥이 주는 기쁨도 적지 않기에 견딜 만하다. 여름이 되면 상점 가판대에 풋풋한 오이와 청매실, 완두콩, 애호박 등 푸른 채소가 가득하다. 저자는 이것들을 사다가 장아찌도 만들고 매실청도 만든다. 점심엔 애호박을 넣어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고, 저녁엔 정원에서 각종 푸성귀를 따다가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 무더운 여름날이 후딱 간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는 제철 식재료가 한가득이라서 마음까지 푸근하다. 뜨거운 여름 햇볕을 받아 단단하게 여문 옥수수를 쪄 먹어도 맛있고, 토실토실한 햇감자를 잘 씻어서 구워 먹거나 쪄 먹어도 맛있다. 마당이 있고 대청이 있는 한옥에 살면 계절의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여름내 초록빛이 싱그러웠던 나뭇잎이 하루가 다르게 노랗거나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겨울의 한옥은 양옥에 비해 훨씬 춥지만, 낮 동안 드물게 비추는 햇살 또한 더 잘 들어온다. 이 밖에도 한옥 생활의 여러 풍경을 알 수 있는 여러 편의 글이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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