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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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작가 이름이 '김애란'인 것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내가 아는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두근두근 내 인생> 같은 여러 소설을 쓴 소설가 김애란뿐인데, 소설가 김애란은 등단한 지 17년이 되도록 그 흔한 산문집 한 편을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이 그 김애란 작가의 첫 산문집이라는 걸 알고 당장 예약해 일반판과는 표지가 다른 특별판(하드커버다)을 손에 넣었다. 표지를 열면 김애란 작가의 단정한 서명이 있는 귀한 이 책. 평생 가보로 간직해야지.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등단 직후의 일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에서 자랐다. 위로는 언니가 있고 쌍둥이 자매가 있다. 아버지는 착하지만 경제력이 없었고, 그런 남편을 둔 여자들이 으레 그렇듯, 어머니는 남편과 세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없는 살림을 늘려 국숫집을 차렸다. 그 국숫집이 잘 되어 세 딸을 대학까지 보냈고, 그중 막내인 저자가 교사가 되길 바랐던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작가가 되고 문학상도 여러 번 타서 그때마다 마을 입구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렸다는 훈훈한 이야기. 저자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읽으며 저자가 이제까지 발표한 짧거나 긴 소설 속 장면들을 떠올린 건 나뿐일까.


2부는 김연수, 편혜영, 조연호, 윤성희 등 저자와 친분이 있는 작가들에 관해 쓴 글과 헤르타 뮐러의 소설 <숨그네>, 중국 고전 <산해경> 등을 읽고 쓴 글 등이 실려 있다. 3부에는 저자가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인문고등연구소로부터 초청을 받아 그곳에서 글을 쓴 이야기,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의 배경이 된 폴란드 북부 도시 그단스크에 가본 이야기, 그 밖의 여러 작품을 읽고 쓴 글이 실려 있다. 저자의 문장이 워낙 좋아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삼림욕을 한 듯 머릿속이 개운하고 말끔해졌다. 등단한 지 17년 만에 첫 산문집을 낸 작가에게 어서 빨리 다음 산문집을 내달라고 재촉하는 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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