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페미니즘
코트니 서머스 외 지음, 켈리 젠슨 엮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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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자들이 다수인 세상에서 성차별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고 당당히 외치는 페미니스트 44인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페미니즘, 몸과 마음, 젠더, 문화, 대중문화, 관계, 자신감, 꿈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글이 실려 있으며, 저자 대부분이 외국인이고 한국인 저자로는 정세랑과 이랑이 참여했다.


소설가 정세랑은 자신의 글에서 딸로 태어난 자신을 아들 미만의 존재로 여겼던 조부모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차별이 우리 사이에 놓여 있을 때 사랑은 불가능했다"는 문장을 읽으며, 나는 나의 조부모와 외조부모, 친척들을 떠올렸다. 그들 역시 나를 아들 미만의 존재로 여겼고, 딸로 태어난 나를 끝내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행히 정세랑에게는 단 한 번도 차별의 말을 입에 올린 적 없는 외할아버지가 있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큰 틀에선 페미니스트인 부모의 보호 아래 부족함 없는 성장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회에 나와 자신을 '인간'이 아닌 '여자'로 보고, 마음대로 만지고 때리고 상처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무수히 만났다. 자신을 해치려 들었던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복수할 계획이다.


"여자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학대자들의 장례식이 비밀스레 거행되곤 한다. 상상이 실현되려면 우리는 우리를 해친 사람들보다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화가 나서 스스로를 소홀히 하고 싶을 때, 교통사고를 조심하고 케일 주스를 사 먹어야 한다. 오래 살아남아 우리가 경험한 폭력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더 나은 복수는 없을 것이다." (41쪽) 부디 정세랑이 문화부 장관도 되고 노벨문학상도 타는 미래가 실현되기를!!!


음악, 영화, 만화, 소설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 이랑은 몇 년 전 여자친구로부터 고백을 받았던 경험에 대해 고백한다. 고백을 받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의심해본 일이 없었다. 당연히 자신이 남성에게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여성, 즉 이성애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과 성관계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고백했을 때, 그는 놀라면서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피하다니, 대체 무엇을? 그는 친구가 떠난 후에야 자신이 그 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동안 동성을 '사랑하는 상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사랑을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에는 젠더 외에도 계급, 교육, 인종, 성, 장애 등으로 인해 차별 당하고 고통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메시지는 무겁고 진지하지만 글은 가볍고 유쾌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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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달 2019-10-2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내용도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