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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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는 둘 다 부산 출신이다. 대학 진학을 계기로 서울에 온 이후로 오랫동안 혼자 살았다. 결혼을 하지 않은 채 40대를 맞았고 이대로 계속 혼자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서로를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의 친한 지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머릿속에 두 사람이 사는 집의 보증금을 빼고 대출을 받으면 그 집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실행에 옮겼고,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람 둘, 고양이 넷으로 구성된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 이 과정을 담은 책이 바로 김하나, 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다. ​ 


이 책은 김하나, 황선우 작가 같은 비혼 여성 독자들은 물론 기혼인 여성, 남성 독자들에게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이 책의 중심 내용은 각자 따로 잘 살고 있던 '성인'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게 되면서 부딪치고 갈등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김하나 작가는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고 정리가 생활화된 '미니멀리스트'이다. 패션지 기자 출신인 황선우 작가는 쇼핑과 멋부리기가 취미인 '맥시멀리스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살림을 합치기 전부터 황선우 작가의 짐을 줄이는 문제 때문에 여러 번 다퉜다. 살림을 합친 후에도 서로의 습관과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서 갈등을 빚었다. ​부부라면 사랑하니까, 가족이라면 핏줄이니까 참아줄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은 부부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기에 굳이 참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집을 뛰쳐나오자니 갚아야 할 대출금이 너무 많았고, 혼자서는 둘이서 사는 집보다 더 좋은 집을 구할 여력이 없었다. ​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역할을 나눴다. 정리가 취미인 김하나 작가는 청소와 설거지를, 센스가 좋은 황선우 작가는 요리를 담당하는 식이다. 동거인을 배려해 황선우 작가는 가지고 있던 짐을 대폭 줄였고, 프리랜서인 김하나 작가는 일을 늘렸다. 악기 연주, 공연 감상, 여행 등 둘이서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도 개발했다. 함께 사는 고양이 네 마리도 큰 역할을 했다. 혼자 살 때는 빈 집에 고양이만 두는 게 미안하고, 출장이나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집에 고양이가 네 마리나 있고, 한 사람이 집을 비우면 다른 한 사람이 고양이들을 돌보면 되니 안심이다.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갈 때도 혼자보다 둘이 낫다. ​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결혼이 꼭 '사랑하는 두 남녀'의 결합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서로 사랑하지 않아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조합이 아니라도 둘이(혹은 셋, 넷 그 이상이라도) 함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면 생활 동반자로 인정받고 경제적, 법적 공동체로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실제로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혼자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결혼을 하고, 많은 부부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리라.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 가족'을 이루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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