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타라북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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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업계나 대량 생산이 일반적이고, 이는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도에는 여전히 대량생산이 아닌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수하는 출판사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그림책상과 아동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타라북스'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는 일본의 편집자 노세 나쓰코, 사진작가 마쓰오카 고다이, 북디자이너 야하기 다몬이 인도에 있는 타라북스를 직접 취재한 내용을 담아 펴낸 책이다. 이들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2년여간 인도에 방문하며 타라북스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타라북스는 1995년 인도 타밀나두주의 가장 큰 도시인 첸나이에서 어린이책 전문 독립 출판사로 시작했다. 인도는 전체 인구가 13억이 넘는 거대한 나라라서 어린이책, 그림책 시장도 클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도는 여러 민족과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족과 부족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공용어는 힌디어와 영어지만, 힌디어와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엄청 많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서 한 해 동안 출판되는 책이 약 9만 권에 달해도 이 중에 공용어인 힌디어와 영어로 된 책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약 120개의 서로 다른 언어로 되어 있다.


타라북스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더 불리한 길을 택했다. 다수의 독자들에게 도달할 수 없다면 소수라도 책의 가치를 확실히 알아봐 주고 분명히 구입해줄 독자들을 공략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핸드메이드다. 타라북스의 책은 발주하고 받아보기까지 평균 9개월, 아무리 빨라도 반년은 걸린다. 일단 발주하면 종이 만들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수많은 서점과 독자들이 타라북스의 책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온라인 서점에 책을 주문하면 당일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시대인데도 반년은 걸려야 받을 수 있는 타라북스의 책을 찾는다.


저자는 이러한 생산 방식을 보면서 일본의 상황을 돌아본다. 일본의 서점에는 '도서정가제', '반품제도'가 있어서 재고가 생겼을 때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아치울 수 없고 고스란히 반품된 책은 출판사의 손해로 돌아간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도서정가제와 반품제도라는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다면 타라북스처럼 확실히 팔릴 수량만 고품질로 소량 제작하는 방식을 시도해보면 어떨지 제안한다. 요즘 유행하는 독립출판이나 텀블벅 등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출판 방식과 비슷한 접근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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