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놀이공원이다 - 두근두근, 다시 인터뷰를 위하여
지승호 지음 / 싱긋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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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인터뷰를 많이 한 인터뷰 저널리스트는 누구일까.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아마도 대한민국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라고 불리는 지승호 작가가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싶다. 정치인, 학자, 영화감독, 작가, 배우, 가수 등 직종과 직업을 불문하고 대한민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찾아가 어떤 매체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진솔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지승호 작가의 인터뷰를 열렬히 애독하는 독자가 나뿐만은 아니리라.


지승호 작가의 신간 <타인은 놀이공원이다>는 저자가 2018년 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월간 <인물과 사상>에 연재한 인터뷰 중 일부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 대상은 강용주, 강원국, 김규리, 김승섭, 목수정, 서지현, 이은의, 주성하, 이렇게 8명이다. 여러 명의 인터뷰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경우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여성은 1,2명 정도 고명처럼 '끼워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은 인터뷰 대상을 여성 넷, 남성 넷으로 고르게 분배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터뷰는 배우 김규리와의 인터뷰다. 김규리는 2008년 영화 <미인도>에 출연하면서 대역을 쓰더라도 기본적인 것은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화를 배웠다. 이때만 해도 그림은 영화 촬영을 위한 준비에 불과했다. 그런데 얼마 후 이명박 정권이 만든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배우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좌절하고 있을 때 그림을 그렸더니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림 실력이 수준급에 올라 전시회를 하는 등 한국화 쪽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힘든 날들을 보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은 배우 김규리가 참 대단해 보였다.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를 쓴 작가 목수정과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학교에서는 국어나 산수, 영어보다도 '존엄과 존중'에 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존엄이란 '자신이 인권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존중은 '다른 모든 사람도 내가 가진 것처럼 그것(존엄)을 가졌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존엄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잠을 충분히 잘 권리, 좋은 음식을 충분히 먹을 권리, 쾌적한 공간에서 안락하게 살 권리 등을 인식하고 그것을 확보하는 것이다. 남에게 부당하게 체벌당하지 않을 권리, 노동자로 휴식할 권리, 너무 많이 일하지 않을 권리 등도 존엄에 포함된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는 프랑스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대한민국 아이들이 과연 같은 시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삼성 재직 중 상사의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사내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5년 만에 승리한 이은의 변호사와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이은의 변호사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남자들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수없이 많다. 그때 왜 그랬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너랑) 친했다"고 말하는데 실상은 친했던 게 아니라 "편했던" 것이다. 젊은 여자가 만만하니까, 건드려도 아무 말 못 할 것 같으니까, 말해도 세상이 아랑곳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만지고 껴안고 별짓 다한 것이다. 그동안 남자들에게 당하고도 말 못 하고 있었던 여성들을 대변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가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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