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를 읽는 기술 - 세상의 시선과 이목을 집중시킬 감성 사고
무라타 치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행복한북클럽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 <벌새>를 만든 김보라 감독이 명상을 즐겨 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늘 읽은 일본의 디자이너 무라타 치아키의 책 <크리에이티브를 읽는 기술>에도 명상을 추천하는 말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정확히는 명상이 아니라 폭포 수행이지만.


저자는 한때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만 디자인학교 출신이 아니라서 디자인을 할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디자인학교에 들어가야 하나, 겨우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포기해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숙모로부터 폭포 수행을 해보라는 말을 듣고 속는 셈 치고 폭포에 갔다. 폭포에 들어가기 전에 스님으로부터 "스스로 물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그냥 하는 말이려니 했다. 그런데 폭포에 들어가 온몸에 힘을 빼고 스스로 물이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아픔이나 고통이 전부 잊히고 자연스럽게 물줄기에 동화될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저자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좌우되지 않고 디자인에만 몰두해 경력을 쌓고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은 디자인학교 출신이 아닌데도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만의 디자인 노하우를 담고 있다. 저자가 디자인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감성'이다. 저자가 말하는 감성은 단순히 감정이 풍부하고 최신 유행에 민감한 것을 뜻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감성은 '센서처럼 어떤 것을 포착하고, 자신의 필터로 맛을 본 다음에, 자기 나름의 피드백을 하는 것'을 뜻한다. (39쪽) 이때 센서처럼 어떤 것을 포착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취향이나 관심사, 필요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그 사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 사람이 당장 배고프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감성이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평소에 자신의 감성을 열심히 개발해야 한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페르소나 보드'라는 것을 만들어 자신을 소개해보라는 과제를 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 음악, 장소, 물건, 동경하는 사람, 관심 있는 나라, 자신의 근원 등 자신에게 자극을 주고 자신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요소들을 보드에 붙여보게 하는 것이다. 보드가 완성되면 학생은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 수 있고 앞으로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비슷비슷한 문화, 비슷비슷한 문화 속에서도 저마다 다른 것을 좋아하면서 자기만의 개성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실력 있는 디자이너는 고객의 감성을 정확히 자극해야 한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감성을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낙차'다. 낙차란 상대의 예상을 웃돌거나 뒤집어서 놀라움을 주고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돗토리 현의 스타벅스가 있다. 돗토리 현은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데, 돗토리 현에 스타벅스가 생기자 '일본에서 가장 늦게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는 것이 화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사람들은 '최초'에도 열광하지만 '꼴찌'에도 열광한다는 것을 잘 활용한 예다.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최근 10대, 20대 사이에서 '6공 다이어리'가 인기라는 말을 들은 것이 떠오른다. 6공 다이어리는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 한창 유행했던 건데, 휴대폰,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다이어리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아날로그 열풍이 불면서 6공 다이어리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니 반갑고 신기하다. 이 또한 평범한 것을 싫어하고 나만의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성공한 아이템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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