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스터 렌 -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김경숙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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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누구일까? 바로 싱클레어 루이스다. <우리의 미스터 렌>은 싱클레어 루이스가 등단 초기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당시 미국 사회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재치 넘치는 비유로 문단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퓰리처상, 노벨문학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싱클레어 루이스의 초기작은 무슨 내용이고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배경은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이다. 주인공 미스터 렌은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남들에게 주목받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퇴근 후 혼자 사는 집에 홀로 쓸쓸히 앉아 있는 게 싫어서 밤마다 뉴욕 14번가에 있는 극장으로 달려가 얼굴을 잘 아는 검표원과 인사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는 게 취미일 정도다. 어느 날 렌은 영화를 보다가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회사 일은 안 풀리고, 상사는 맨날 렌에게 화만 내고, 렌이 떠난다고 붙잡을 친구나 애인도 없고... 무엇 하나 잘 되는 일 없는 지금이 먼 곳으로 떠날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그렇다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나도 될까.


떠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렌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편지에는 렌의 아버지가 렌에게 유산으로 남긴 농장이 팔려서 렌의 은행 잔고가 빵빵하게 채워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붙잡는 사람 없겠다, 거액의 여행 자금까지 생겼겠다, 신이 난 렌은 마침내 뉴욕을 떠나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얼마 후 렌은 보스턴에서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아일랜드 해를 지나 영국에 도착한다. 나 같으면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등 유럽 여러 나라를 부지런히 돌며 여행하고 싶었을 것 같은데, 렌은 오로지 영국만 여행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 아마도 짐작했겠지만 - 렌이 영국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후 렌은 한 달이 조금 넘는 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와 극작가가 된다. <80일간의 세계일주>와 비슷한 여행 소설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여행 부분이 짧은 게 아쉬웠지만, 평범한 영업 사원이었던 렌이 염원했던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렌의 이야기가 요즘 유행하는 여행 에세이의 줄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려 100년 전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소설을 발표하다니. 역시 미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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