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 단순하게 잘 사는 법, 에코페미니즘
여성환경연대 지음 / 프로젝트P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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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은 모두에게 공평할 것 같지만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환경오염은 부유계층보다 빈곤계층, 남성보다 여성, 청장년층보다 노인이나 아동, 백인보다 유색인, 선진국보다 후진국에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환경운동과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운동은 필연적으로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여성환경연대가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을 연결하며 성평등한 생태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를 펴낸 이유다.


이 책은 크게 플라스틱, 몸, 라이프, 에코 페미니즘, 이렇게 네 장으로 구성된다.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한 해 동안 굴, 홍합류를 통해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1만 1천여 개라고 한다. 굴, 홍합류뿐 아니라 생선, 생선에 뿌리는 소금, 식후에 마시는 물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실제 섭취량은 몇십, 몇백 배에 달할지 모른다. 미세 플라스틱은 주변의 유해 물질을 흡수해 강한 독성을 띠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미세 플라스틱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 신경을 교란시키고 염증이나 암을 일으킨다.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에 해로울 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고 인류에 큰 해악을 끼칠 날이 멀지 않았다.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제품으로는 화장품을 빼놓을 수 없다. 얼굴을 더욱 뽀얗게 만드는 쿠션, 팩트, 파우더 제품은 물론, 얼굴에 다양한 색상과 음영을 넣을 때 사용하는 아이섀도와 립스틱, 블러셔, 각질을 제거하기 위한 스크럽 제품, 색색깔의 펄이 들어간 네일 등 많은 여성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화장품 안에는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다. 만약 여성들이 화장품 사용을 줄이거나 그만둔다면 미세 플라스틱 사용량도 크게 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성이라면 자고로 화장을 하고 외모를 가꿔야 한다'는 식의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있거나 그런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람들 때문에 화장을 그만두지 못한다.


그까짓 화장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무관심과 소수자 인권에 대한 무지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1994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노출 경험자가 약 400만 명, 피해자가 56만 명에 이른다(96쪽 참고). 이중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된 수만 1449건에 이르는데(2019년 10월 13일 기준. https://news.joins.com/article/23602711 참고), 추후 인정될 건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책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상당수가 여성, 아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여성환경연대의 지역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이 자리에서 활동가들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코 페미니즘을 소개한다. 여러 가지 팁 중에 인상적이었던 건 쓰레기 줄이기 위해 택배 덜 이용하기, 얇고 질긴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손수건 두 개 들고 다니기,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등이다. 무엇 하나 어렵지 않고 따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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