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 - 90세 현직 정신과 의사의 인생 상담
나카무라 쓰네코 지음, 오쿠다 히로미 정리, 정미애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인생도 있구나!' 나카무라 쓰네코의 책 <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를 다 읽고 든 생각이다. 나카무라 쓰네코는 올해로 아흔 살이 된 일본의 정신과 의사다. 1929년생인 저자는 히로시마의 가난한 집안에서 5남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부모는 두 아들만 예뻐했고 세 딸에게는 하루빨리 시집을 가든 독립을 하라고 강요했다. 여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해 하던 차에 오사카에서 개업의로 일하던 숙부가 "친척 중에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학비를 전액 대겠다."라고 제안했다.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지만 학비를 대준다는 말에 곧바로 오사카에 있는 의학전문학교에 들어갔다. 다행히 합격했고 그 후로 70년 넘게 의사의 길을 걸었다.


의사라고 하면 돈도 많이 벌고 편하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의 삶은 달랐다. 의사가 되었을 때는 패전 직후라서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그 어려운 의사 공부를 마쳤는데도 한동안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하녀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친구한테 자기가 아는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갔다. 그전까지 정신과 의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일자리가 있는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을 뿐이다. 남편의 직업도 의사이지만 남편 덕을 본 적은 없다. 오히려 남편은 돈 버는 아내를 믿고 흥청망청 돈을 쓰고 허구한 날 술을 마셨다. 이혼을 하지 않은 건 두 아들의 장래를 걱정해서였다.


힘든 날들이었지만 정신과 의사로서 수양을 쌓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저자는 일이나 직장,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힘들면 그만두라고 조언한다.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고 사람들 시선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만두는 편이 낫다. 다만 그 일을 그만두었을 때 도망갈 곳은 마련해 놓고 나서 그만둬야 한다. 저자 역시 직장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고 결혼 생활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의사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을 길이 막막했고, 이혼 후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것도 겁났다. 이것이 저자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할 때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답변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저자가 보기에 대부분의 고민은 인간관계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기대 때문에 망가진다. 인간에 대한 기대는 별다른 게 아니다. 그 사람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들이 전부 기대다. 저자 역시 한때는 남편이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저렇게 (나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남편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았고 저자에게 잘해주지도 않았다. 결국 저자는 남편에 대한 기대를 접기로 했다. 남편에 대한 울분이나 원망은 친구들이나 환자들에게 (남편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으로 풀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나 환자들이 저자를 한결 더 가깝게 여기고 결과적으로 인간관계가 무척 좋아졌다.


정신과 의사로서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자세로 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도 해준다. 저자는 진료실에 환자가 오면 무조건 잠자코 이야기를 들어준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공감을 표현한답시고 억지로 맞장구를 치거나 합리적인 조언을 해줄 필요는 없다. 그저 "그랬구나", "고생이 많겠다" 정도로만 마음을 표하고 열심히 들어주면 된다. 남에게 자신의 약점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신뢰를 요구하는 일이다. 나에게 약점을 털어놓는 사람에게 조언이랍시고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