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안녕하시다 2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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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존엄인 국왕이 자신의 의형제라면 어떨까? 게다가 그 왕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사람 죽이기를 파리 잡듯 하는 무서운 왕이라면? 성석제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의 주인공 성형의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최고의 기생집 주인인 할머니를 둔 덕에 별다른 걱정 없이 살아온 성형은 어느 날 우연히 한 소년과 알게 되고 의형제의 연을 맺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소년은 왕의 아들, 즉 세자였고, 훗날 그 소년은 아버지의 뒤를 위어 왕위에 올라 숙종이 된다. 숙종은 어린 시절부터 친형제처럼 붙어 지낸 성형을 궁 안으로 불러들이고 진짜 형처럼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결국 성형은 숙종의 청을 받아들이고, 숙종이 왕위에 갓 즉위해 권력이 약했던 시절부터 숙종 주위를 맴돌며 숙종이 해달라는 일을 모두 해주게 된다.


그런데 숙종 대가 어떤 시절인가.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청나라의 조공국으로 전락해 나라의 위신이 말이 아니었고, 예송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져 당파 싸움도 어마어마했다. 숙종은 아버지 현종이 당파 싸움에 지쳐 일찍 승하한 것을 보고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강력한 왕권을 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당시 정국을 양분하고 있던 서인과 남인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며 환국 정치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서인과 남인에 속한 신하들이 엄청나게 죽어나갔고, 이를 지켜보던 성형은 자신이 믿고 따르는 왕이 인간 목숨을 벌레 목숨과 다름없이 보는 왕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1권에선 장옥정이 대비전 나인 신분이었는데 2권에선 왕의 승은을 입고 숙의, 희빈으로 점점 품계가 높아진다. 숙종의 첫째 비였던 인경왕후가 병으로 죽고 둘째 비로 인현왕후가 즉위하면서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갈등이 시작된다. 과거에는 비빈 간의 암투 때문에 중간에서 숙종이 고생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으나, 지금은 숙종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이용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다.


왕이 이런 파락호인데 신하들은 오죽했을까. 반대편 당에 속한 인물을 찍어 없애려고 그 양반이 데리고 논 기녀들이나 여종들을 데려다가 고문하고 죽게 하고, 겉으로는 양반 입네 유학자 입네 하면서 뒤로는 아무 여자나 납치하고 강간하고 때리고 죽이고... 여성을 위한 역사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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