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에 폐경이라니
카를라 로마고사 지음, 성초림 옮김 / 딜레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는 얼른 월경이 끝나고 폐경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월경을 할 때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월경 기간이 짧아지는 게 두렵고 이러다 영영 폐경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작 폐경이 오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도 잘 모르면서 말이다. 카를라 로마고사의 <서른아홉에 폐경이라니>는 서른아홉 살에 폐경이 된 저자가 폐경 이후의 육체적, 심리적 변화에 관해 쓴 책이다.


저자는 월경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언젠가 폐경이 오리라는 생각을 했지만 서른아홉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저자는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었기 때문에 폐경이 들이닥쳤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몸은 여전히 건강하고 성욕 또한 왕성한데 몸에 난자가 남아 있지 않아서 영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더 큰 문제는 폐경을 터부시하는 문화 때문에 여성 간에도 폐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다른 여성들이 폐경을 맞았을 때 자신처럼 당황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폐경이 들이닥쳤을 때 저자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호르몬 대사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여성의 몸은 월경이 끝나도 뇌가 몸에 계속 신호를 보내서 생리 주기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생리가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생리가 나올 듯 말 듯 한 기분이 들면서 폭식, 두통, 근육통, 스트레스, 불안, 초조 상태가 야기된다. 저자 역시 머리로는 폐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몸은 계속 생리 주기에 맞춰 폭식하고 싶은 기분이 들고, 담배 생각이 간절해지고, 두통이 끊이지 않고, 스트레스와 짜증이 극심해졌다. 저자는 이러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호르몬 치료법, 운동, 명상 등의 방법을 시도했으며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


폐경이 오면 전에는 결혼을 하고 싶다거나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던 사람도 갑자기 결혼이나 자식 생각이 간절해질 수 있다. 저자 역시 폐경 이후 예전 같으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남성들과 교제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인데도 사랑해주는 남성들이 고마웠는데, 나중에 보니 남성들은 임신 걱정 없이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자신을 편하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저자는 부디 여성들이 이런 남성들에게 속지 말고 폐경 후 자신의 인생을 더욱 알차게 꾸리기를 바란다고 조언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