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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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하는 것도 즐겁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일할 의욕이 나지 않고 인간관계도 내 마음 같지 않고... 인생 그래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의 저자 하나다 나나코는 책을 택했다.


2013년 1월. 저자는 남편과 별거하기로 결정했다. 젊은 시절을 다 바친 직장은 더 이상 저자를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별난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친구도 없었다. 절망한 저자의 눈에 'X'라는 만남 사이트가 보였다. 프로필만 등록하면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성 교제가 주목적인 음침한 사이트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이용자 후기를 찾아봤는데 다행히 그런 사이트로 보이지는 않았다. 침체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었던 저자는 바로 X에 가입하고 프로필란에 이렇게 썼다. "특이한 책방의 점장을 맡고 있습니다. 만 권이 넘는 기억 데이터 안에서 지금 당신에게 딱 맞는 책을 한 권 추천해드립니다."


대화를 나눈 다음 책을 추천해주겠다는 말은 토크 신청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을까 봐 걱정되어 쓴 일종의 미끼 문구였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문구에 혹해 토크 신청을 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에게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저자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책을 추천하는 일이 즐거웠다. 이따금 의욕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체로 저자와의 대화를 즐거워하고 저자가 추천하는 책에 만족해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점점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곤두박질쳤던 인생 그래프가 점점 위로 향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처럼 서점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만 권의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나 역시 올해로 10년째 서평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수천 권의 책을 읽었기에 공감되는 대목이 많았다. 사람을 많이 만나 봐야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알 수 있듯이, 책도 많이 읽어 봐야 어떤 책이 나와 잘 맞는지 알 수 있다. 인생의 고비에 다다랐을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아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결국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책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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