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Psychology : 직장인 마음을 읽다
이수형 지음 / 북퀘이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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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컬러링북이 큰 인기를 끌었다. 무채색 도안 위에 색연필이나 물감을 이용해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말에 많은 사람이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도 몇 번인가 컬러링북에 색칠을 해본 적이 있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색을 골라 칠하는 단순한 행위인데도 나도 모르게 푹 빠졌고 시간이 금방 갔다. 그동안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생각이나 감정들이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사람들이 왜 컬러링북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미술심리 전문가 이수형의 책 <직장인 마음을 읽다>에 따르면, 미술은 실제로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좋아하는 재료로 형태를 만들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에 남아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고 평소에 느끼지 못한 즐거움 또는 흥분을 느끼게 된다. 컬러링북에 색을 칠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진정되는 것 역시 비슷한 원리다.


저자와 같은 미술심리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내담자와 상담한다. 첫째는 내담자가 몇 시간이고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스트레스 해소를 더하면 완성한 그림을 찢거나 여태 작업한 작품을 부수는 퍼포먼스가 더해진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가족이나 친구, 애인, 직장 상사, 동료, 고객에 대한 원망이나 불만을 풀게 된다. 둘째는 내담자가 그린 그림을 보고 내담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집(Home)이나 나무(Tree), 사람(Person) 그림을 보고 내담자의 내면을 유추하는 이른바 'HTP'검사다.


이 책의 백미는 저자가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간관리자, 사원 등을 대상으로 직접 미술심리 상담을 진행한 사례 해석 부분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그림들 속에서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관한 저자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일례로 어떤 CEO가 높은 산을 그렸다. 산 자체만 보면 그 CEO는 높은 목표를 지닌 진취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 산에 나무 한 그루도 안 보이고 그 산을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이 개성 없이 비슷비슷한 모습이라면 목표를 추구하느라 주변은 살피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저자는 이 CEO에게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세부적인 사항을 잘 챙기라는 조언을 남겼다.


책에는 청년창업자, 감정노동자, 워킹맘, 원가족의 문제를 지닌 직장인을 위한 미술심리 상담 내용도 나온다. 어떤 워킹맘은 남편과 아들이 밝게 웃으며 손 흔드는 그림을 그렸다. 남편 옆에는 '00아내', 아들 옆에는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 이 그림을 보면 내담자의 눈에 남편과 아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이지만 정작 내담자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분명 가정과 직장 양쪽에서 최선을 다하는 좋은 아내이자 엄마이겠지만, 내담자 개인의 삶은 없다고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내밀한 감정들을 그림 한 장으로 읽어낼 수 있다니 놀랍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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