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래 고민에 답변 드립니다 -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명쾌한 처방
우에노 지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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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인 우에노 지즈코의 책이다. 우에노 지즈코의 책 중에는 딱딱한 문장으로 쓰인 사회과학 책이 많은데, 이 책은 드물게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가벼운 언어로 쓰인 상담 책이다. 알고 보니 아사히신문 토요판의 인기 칼럼 <고민의 도가니> 앞으로 도착한 사연들을 저자가 직접 읽고 답변한 내용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기혼 여성과 '위험'한 상황입니다.", "제 성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섹스리스여서 말라비틀어질 것 같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답할까.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지닌다. 그 욕망은 성욕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계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고, 인정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고, 지배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다. 성욕 때문에 고민이라면 그 욕망이 그저 성욕을 해소하고 싶은 욕망인지, 아니면 다른 욕망을 성욕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단지 성욕을 해소하고 싶은 거라면 혼자서도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라면, 상대의 욕망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게 귀찮거나 싫으면 혼자서 성욕을 푸는 편이 모두에게 좋다.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일본에서 전 오사카부 지사의 성희롱 사건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는 이 사건에 대해 '그 자리에서는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으면서 "나중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여성의 어리석음"'(100쪽)이라고 썼는데 이는 성희롱에 무지한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다. 애초에 성희롱은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는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일어난다. 그런 입장을 간파하고 악용하는 사람을 내버려 두면 고통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그런 사람을 두둔하는 기업이나 조직, 사회 또한 미래가 없으니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는 게 좋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답변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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