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병 - 인생은 내 맘대로 안 됐지만 투병은 내 맘대로
윤지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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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서른아홉 살의 일러스트레이터 윤지회는 어느 날 병원에 갔다가 위암 4기라는 말을 들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오가는 날들이 이어졌다.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날들이 뒤따랐다. 군것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는데, 위를 절제한 후에는 물 한 모금 넘기기도 어려웠다. 무뚝뚝했던 남편이 밤새워 자신을 돌보는 모습을 보았고, 결혼하면 다시 신세 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간호를 받게 되었다. 성장하는 모습을 쭉 지켜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이와의 하루하루가 전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담은 책이 윤지회의 <사기병>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년에 유방에 혹이 잡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동생 생각이 많이 났다. 다행히 동생의 병은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서 금방 수술을 받고 회복을 했지만, 병원을 알아보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수술을 받고 수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하루도 동생 걱정을 하지 않은 날이 없다. 고작 몇 달 정도 병원 신세를 지면서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벌써 1년 이상 투병 중인 저자는 얼마나 힘이 들지 상상도 안 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망하는 마음이 들 것도 같고, 주변 사람들을 아프고 힘들게 한 건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이 들 것도 같다. 지금 가장 아프고 힘든 건 투병 중인 환자 본인인데도 말이다.


이 책은 투병 중인 환자보다도 환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투병 중인 사람에게 힘이 되는 말은 무엇일까. "지금 잘하고 있어. 잘해 왔어.", "멀리서나마 항상 응원하고 있어.", "힘내지 않아도 돼.", "네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몰라서 미안해." 같은 배려심 담긴 말들이나 가볍게 꾸준히 보내주는 응원 문자라고 한다. 반대로 투병 중인 사람에게 힘이 되지 않은 말들도 있다. "잘 지내고 있지?(못 지내는데...)", "억지로라도 먹고 힘내야지.(억지로도 못 먹는데...)", "요즘 암은 별거 아니래.(내겐 큰일인데...)", "몇 기인지가 뭐가 중요해.(많이 중요한데...)" 같은 말들이나 신앙 전도 등이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은 저자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짧거나 긴 여행을 떠난 장면들이다. 삭막한 병원 풍경만 보다가 탁 트인 자연을 보면 몸도 마음도 한결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저자 역시 사랑하는 남편과 수목원을 거닐고, 제주도에서 멋진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어머니와 오랜만에 단풍 구경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진작 이런 시간을 보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제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디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빈다.


현재 저자는 암이 난소로 전이되었다는 말을 듣고 다시 표적 항암 치료를 시작한 상태다. 이 책 이후의 이야기는 저자의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sagibyung/)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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