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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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지 않아 이혼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푹 빠져서 읽은 책이다. 저자 최유나는 이제까지 1,000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이혼 전문 변호사다. 이혼을 돕기도 하고 막기도 하는 역할을 하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방법이 없을까 찾다가 웹툰이라는 방식을 떠올렸다. 만화가 김현원과 협업해 완성한 만화를 인스타그램(@coeyunabyeonhosa)에 올렸고,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어 팔로워 수가 16만을 넘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가 이혼 변호사가 된 건, 첫 직장이었던 로펌이 이혼 사건을 많이 맡았기 때문이다. 이혼 상담은 상담이 중요한데, 다행히 저자는 상담하는 게 좋아서 변호사가 되었다고 할 만큼 상담이 적성에 잘 맞았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매번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한때는 헤어져 있는 시간이 아깝다고 할 만큼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헤어짐을 택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랑이 식었을 뿐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일 들 만큼, 그 사이에 폭언, 폭력, 학대 등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도 많이 봤다. 매번 피해자의 편에 서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가해자의 편에 서서 가해자를 변호해야 할 때도 있다. 심할 때는 내가 이중인격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정신이 피폐해졌다.


결혼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유지하려면 상상 이상의 노력과 에너지가 든다. 막연한 환상이나 당면한 과제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결혼하는 것은 위험하다. 저자를 찾아오는 의뢰인 중에는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 또는 폭행에 시달려온 여성들이 많다.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들이 처음부터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을까? 절대 아니다. 연애 또는 결혼 초반만 해도 멜로드라마 속 남자들처럼 달콤하게 굴었을 것이다. 그렇게 달콤했던 사람에게 폭언 또는 폭력을 당했을 때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한다. 저자는 이들이 적절한 액수의 위자료를 받고 양육권을 얻어내도록 힘쓰는 것은 물론, 남편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행에 시달리며 낮아진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저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사건을 대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이혼 사건의 당사자는 부부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지금은 사건의 제3자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주인공으로 보인다. 부부는 이혼하면 남이지만, 아이에게는 영원한 어머니, 영원한 아버지이다. 혼인 유지와 이혼. 둘 중에 무엇이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일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부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결혼한 사람은 물론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읽어보고 곰곰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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