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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예술 - 우리는 각자의 슬픔에서 자란다 ㅣ 아르테 S 1
강성은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평소 박연준 시인의 글을 좋아해서, 박연준 시인이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읽게 된 책이다. 박연준 시인을 비롯해 강성은 시인, 백은선 시인, 이영주 시인이 각각 네 명 또는 다섯 명의 여성 예술가에 관해 쓴 글을 모아 엮었다.
시인들이 호명한 여성 예술가는 아고타 크리스토프, 엘리나 파전, 다이앤 아버스, 마릴린 먼로, 프랑수아즈 사강, 버지니아 울프, 이사도라 덩컨, 실비아 플라스, 마리 로랑생, 제인 캠피언, 수전 손택 등이다. 의외였던 이름도 있다. 레이디 가가, 나탈리 포트만, 마돈나 등이다. 전부터 좋아한 가수 또는 배우인 데다가, 기자나 평론가가 아닌 시인의 눈으로 이들에 관해 쓴 글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신선했다. 예술의 경계를 문학만으로 한정 짓지 않고 음악, 영화 등으로 넓힌 점도 좋았다.
한국의 여성 예술가로는 김혜순, 김민정, 이원, 이연주가 호명되었다. 이 중에 박연준 시인이 김민정 시인에 관해 쓴 글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평소 친분이 있는 문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두 사람은, 우연히 길에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놀란 마음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박연준 시인과 달리, 김민정 시인은 너무나 침착하고 의연하게 고양이 시체를 손수건으로 잘 싸서 염을 하고, 가는 길이 편안하기를 빌어줬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박연준 시인은 이렇게 썼다. "사랑이 없으면 죽음은 공포와 슬픔의 일일뿐이에요. 슬프지만 선뜻 마주 보기 힘들고,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일이요. 한데 언니 안에는 사랑이 가득했어요. 그 밤, 생각했지요. 이 사람은 진짜 시인이라고." (117-8)
이 책에 나온 여성 예술가 중 일부는 생전에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히 여성이 예술을 한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억압과 차별을 당했다. 그중에는 그 누구의 송별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세상을 등진 이도 있다. 그런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일, 그런 이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전수하는 일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