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시간 특서 청소년문학 1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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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이 건물주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박현숙의 장편소설 <6만 시간>을 읽어보길 권한다.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주인공 서일은 2003년생 고등학생이다. 서일의 부모는 20년 넘게 치킨집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지하철 역 앞에 있는 번듯한 건물 하나를 소유한 건물주다. 그렇다고 서일이 부모 돈으로 풍족하게 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서일의 부모는 자신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구입한 건물을 멍청하고 게으른 자식에게 물려줄 순 없다며 자식들을 채근한다.


건물주 대기 1호였던 큰누나는 서울대를 나와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순조롭게 건물을 물려받을 듯 했으나, 유학 중에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가 한 달만에 차이고 현재는 한국에 돌아와서 백수로 지내고 있다. 건물주 대기 2호였던 작은누나는 전문대 졸업 후 바로 결혼해 아이 낳고 잘 살다가 뜬금없이 장사를 하겠다며 부모의 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건물주 대기 3호인 서일은 학교에서 별명이 '바보'일 만큼 성적은 바닥이고 공부 외에 달리 잘하는 것도 없다.


그런 서일에게 영준은 자신의 재능과 장점을 처음으로 발견해준 고마운 친구다. 영준은 서일과 정반대로 성적도 상위권이고 인간 관계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 영준이, 무서운 아이들에게 맞고 다니던 자신을 구해줬을 때, 서일은 영준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영준은 서일에게 몇 가지 일을 부탁했고, 그 일을 해준 후 어떤 여자아이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얼마 후에는 또 다른 여자아이가, 또 얼마 후에는 또 다른 여자아이가 난처한 일을 겪게 됐다. 대체 이건 우연일까.


<6만 시간>이라는 제목만 보고 독자를 계도하는 뻔한 내용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앞 일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져서 놀랐다. 싫어도 싫다고 말할 줄 모르고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살았던 서일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변하게 되는 모습도 흥미진진했고, 모두가 착한 아이인 줄 알았던 영준이 숨기고 있던 비밀과 그것이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로 발전하는 과정도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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