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
스티븐 로젠바움 지음, 이시은 옮김, 임헌수 감수 / 이코노믹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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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요톱10' 같은 TV 프로그램이나 이른바 '길보드차트'를 통해 최신 가요가 알려지고, 그중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인기 가요가 탄생했다. 지금은 다르다. 카세트테이프나 CD를 구입하지 않고 음원 구독 사이트에 가입해 음악을 듣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대중의 취향이 아닌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 듣고, 그렇게 찾은 음악들을 따로 모아서 듣는 문화가 생겨났다. 이제는 아예 음원 구독 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해 구독자의 선호와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별하여 추천해주기까지 한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콘텐츠 속에서 수요자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것을 '큐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온라인 최대의 동영상 큐레이션 플랫폼인 매그니파이넷의 창립자이자 CEO인 스티븐 로젠바움의 책 <큐레이션>은 디지털 정보의 양이 급증하면서 점점 더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큐레이션에 대해 다룬다. 과거에는 큐레이션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주로 쓰이던 말이었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영역을 넓혔고, 최근에는 블로거, 음악 DJ, 래퍼가 하는 일까지도 큐레이션의 영역에 포함되는 추세다. 큐레이션은 최근에야 등장한 개념 같지만, 사실 예전부터 있었던 잡지나 몇몇 인터넷 사이트가 한 일도 큐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 '잡지를 편집한 잡지'라는 평가를 받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최초의 뉴스 매거진으로 불리는 <타임>은 물론, 뉴스 매체 최초로 콘텐츠가 아닌 링크 중심의 매체를 선보인 <허핑턴 포스트> 등이 그 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큐레이션에 있어 양날의 검과 같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큐레이션에 필요한 콘텐츠의 양을 크게 늘렸고, 콘텐츠 생산과 큐레이션에 드는 비용을 크게 낮췄다. 반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생산의 진입장벽을 낮춰 콘텐츠의 질을 크게 떨어뜨렸고, 극심한 경쟁 상태가 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만들었다. 책에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콘텐츠 또는 큐레이션 업체들의 다양한 노력이 자세하게 나온다.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꼭 필요한 콘텐츠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작업을 하는 '콘텐츠 전략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콘텐츠 전략가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수많은 글, 사진, 동영상 등을 취합하고 그중에서 기업 또는 브랜드에 꼭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해 재생산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기업 또는 브랜드 차원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 또는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IT, 마케팅, 홍보, 콘텐츠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여야 하며, 때로는 법과 경영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큐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검색의 시대는 끝나고 큐레이션의 시작되었다."라고까지 말한다. 과거에는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검색창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내가 무슨 정보를 필요로 할지 디바이스가 먼저 알고 보여준다. 큐레이션은 저작권 문제, 프라이버시 문제 등의 걸림돌을 해결하면, 앞으로 더욱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이다. 책에는 이러한 변화로부터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큐레이션의 어떤 점에 주목하고, 어떻게 큐레이션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다가오는 미래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예견하고 준비하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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