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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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 번은 서양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데, 오랜 역사와 방대한 분량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 이 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일본의 철학자 토마스 아키나리가 쓴 이 책은, 어려운 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저자의 강의처럼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이 책은 고대와 중세, 근대, 현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의 사상의 정수를 각각 몇 개의 장으로 요약해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저자가 선정한 고대와 중세를 대표하는 사상가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예수 그리스도,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다. 신기한 점은 예수 그리스도와 바울을 소크라테스,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과 같은 반열에 올린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성서는 예수 탄생 이전의 역사와 예수의 생애와 죽음, 부활에 관해 쓴 기독교의 경전이기도 하지만, 당대의 사회상과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기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세 철학을 이해할 수 없으니, 철학을 공부하려면 성서를 외면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근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로는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 버클리, 흄, 칸트, 헤겔 등을 든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인간이 생각을 통해 모든 명제를 부정할 수 있어도, 인간이 생각을 한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사고와 의식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은 칸트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칸트는 인식이 대상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인식에 따른다고 생각한 최초의 철학자다. 칸트의 이러한 발견은 철학자들 사이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발견에 견주어지는 대단한 사건이다.


현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로는 키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비트겐슈타인, 소쉬르, 레비스트로스, 마르크스, 알튀세르, 데리다, 들뢰즈, 제임스, 듀이, 로티 등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처음 시도한 심리학자 또는 의학자로 분류되고, 레비스트로스는 원주민의 생활 속으로 뛰어들어 연구한 문화인류학자로 분류되어야 마땅하다. 이 둘이 사상가로 분류된 까닭은, 아마도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새롭게 시도한 방식이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에 구조언어학 이론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구조주의 철학을 크게 발전시켰다.


이 밖에도 알아두면 쓸모 있을 서양 철학의 주요 사상가들과 그들의 사상적 기초와 특징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한 번 읽은 것만으로는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힘든 책이라서 앞으로 천천히 읽으며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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