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4 - 태평천국 Downfall 본격 한중일 세계사 4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태평천국 운동이 이렇게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 세계사 시간에 태평천국 운동에 관해 배우기는 했으나 의의와 한계 정도만 가볍게 짚어보고 넘어가서 이렇게 세부적인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배운 건 이 책을 통해서가 처음이다. 이 책에서 태평천국 운동에 관한 내용은 2권에서 시작해 3권과 4권을 거쳐 5권에 이르러서야 대단원의 막을 내리니, 태평천국 운동을 쉽고 재미있게 - 동시에 자세하고 깊이 있게 배우고 싶은 독자들은 필히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4권은 1856년 태평천국 운동의 도읍을 난징으로 옮긴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시기에 태평천국은 내홍이 일어나 무척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각 일파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계속되는 가운데 청 관군이 난징을 향해 천천히 압박해 들어왔고, 이 와중에 홍수전의 사촌동생 홍인간이 홍콩 유학을 마치고 태평천국에 합류해 근대화, 서구화를 부르짖으며 군대도 서양식으로 개편하고 서양식 식산흥업 정책을 하자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기독교의 평등사상에 자극을 받아 시작되었으나 반외세 민족 운동도 이념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태평천국 수뇌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이렇게 갈등이 계속되는 틈을 타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서양 세력이 중국으로 몰려왔는데, 놀라운 사실은 서양 군대가 서양식 함선을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도 (정규군인) 청 관군이나 (반외세 민족 운동을 주장하는) 태평천국 군이나 이 배들을 막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1860년 청나라 정부와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동맹 간에 베이징 조약이 체결되어 제2차 아편전쟁이 완전히 끝났고, 이로 인해 베이징에는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공사관이 차례로 개설되었고, 내륙 수로가 개방되었으며, 광저우 외에 열 개 항구가 개항했다.


제2차 아편전쟁이 종료되고 베이징 조약이 체결되는 와중에도 태평천국 운동은 계속되었는데, 1861년 청나라 황제 함풍제가 세상을 떠나고 어린 황자가 왕위를 이으면서 황제의 생모가 황권을 좌지우지하게 되었으니, 그 여인이 바로 서태후다. 이후 태평천국 운동은 화북 지역까지 세를 넓히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청나라 황실은 서양 세력에 맞설 만한 체제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최후를 향해 간다. 시기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 차원의 개혁에 실패하고 민중으로부터의 혁명 운동도 실패하면서 국가를 재건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외세에 국권을 내주었다는 것까지 조선 왕조의 최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은 아니지만 아시아인으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도 있었다. 1860년 프랑스군이 베이징 서북쪽에 있는, 18세기 건륭제가 조성한 황실 정원 '원명원'에 난입해 그곳에 있던 온갖 보물을 약탈해 1인당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보물을 챙겼고, 그걸 나폴레옹 3세에게 바쳐서 백작 작위를 받았다. 이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보물들은 프랑스 퐁텐블로 궁에 자리를 잡았고, 프랑스인들은 지금도 조상들이 약탈한 외국의 보물들로 엄청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 역시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 의궤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를 반환받지 못한 상태다. 한국이 프랑스에 단독으로 요청해서 안 되는 일이라면,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 요청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