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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거 없어도 잘살고 있습니다
루루(LuLu) 지음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9월
평점 :

이십 대 초반을 돌이켜 보면, 대학 입시를 마쳤다는 허탈함과 장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막막함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체력도 좋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시절인 줄 모르고 마냥 우울해하고 힘들어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 작가 루루의 책 <잘하는 거 없어도 잘살고 있습니다>를 읽다 보니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책은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저자가 이십 대 초반을 지나면서 느낀 생각들과 감정들을 솔직한 글로 풀어쓴 에세이집이다.
저자 역시 입시를 마치고 대학 신입생이 되었을 때는 허탈한 감정과 막막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힘든 수험 생활을 마치고 대학생이 된 것은 기쁘지만, 앞으로 하게 될 전공 공부가 자신의 적성에 잘 맞을지, 요즘처럼 취업 경쟁이 심한 때에 순조롭게 스펙을 쌓아서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걱정만 해서는 되는 일이 없는 법. 저자는 전공 공부와 취업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는 가운데, 자신에게 주어진 젊은 날을 만끽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했다.
저자가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 저녁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마트에 들러 재료를 고르고 집에 도착해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 좋아하는 재료로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때 느끼는 기쁨과 뿌듯함은 정성을 다해서 한 끼 식사를 준비해본 적 없는 사람은 절대 모른다. 아침엔 반드시 고개를 들어 하늘 보기. 사은품으로 받은 다이어리라도 좋으니 하루 한 장씩 꾸며보기. 잠들기 전에 그날 있었던 좋은 일들을 헤아려 보기. 이런 일들도 별 볼 일 없는 일상을 빛나게 해준다.
미래에 이루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보고 종이에 써보는 것도 좋다. 저자는 어느 날 사진첩을 뒤적이다 친구와 해외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그 사진들을 보니 고등학교 때 대학에 합격하면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다짐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룬 것이 하나도 없진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고 허무하고 우울한 생각이 들기 쉽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꾸준히 기록하면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되고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