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블루 꿈꾸는돌 17
베키 앨버탤리 지음, 신소희 옮김 / 돌베개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없는 게이 청소년들에게는 몇 배로 힘든 시간일 것이다. 미국 작가 베키 앨버탤리의 장편 소설 <첫사랑은 블루>의 주인공 사이먼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올해로 열여섯 살인 사이먼은 남부러울 것 없는 남자 고등학생이다. 가족과의 사이도 좋고, 친구들도 서로를 지지해주고 배려해준다. 학업 성적도 괜찮은 편이고, 학교에선 연극부 활동을 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사이먼에게 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이먼이 게이라는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커밍아웃하지 않은 사이먼은, 얼마 전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자신이 게이임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가 '블루'라는 닉네임의 소년과 이메일을 주고받게 된다. 얼마 후 둘은 '썸'을 타는 사이로 발전하고, 사이먼은 블루의 정체가 궁금해 애가 탄 나머지 교내에서 블루일 것으로 짐작되는 남학생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 도서관 컴퓨터로 블루에게 보낸 메일을, 하필이면 괴짜로 유명한 마틴에게 들킨 것이다. 사이먼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아챈 마틴은 애비와 커플이 되게 도와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하고, 사이먼은 마틴과 애비가 사귀게 도와줄 것인지, 아니면 애비와의 우정을 지키고 전교생 앞에서 아웃팅 당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마틴의 협박이 계속되는 동안, 사이먼과 블루가 주고받는 이메일도 계속된다. 사이먼은 블루가 자신의 가족에게 커밍아웃할 계획임을 알게 되고, 블루가 고민하면서도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이먼은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고 그들로부터 자신도 상처입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자기 자신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사이먼의 가족과 친구들은 사이먼이 자신들을 속인다고 오해하고, 싸우고, 멀어진다. 결국 사이먼은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사이먼의 가족과 친구들도 사이먼이 자신들을 믿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성소수자의 커밍아웃과 아웃팅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고 경쾌하다. 사이먼과 블루의 이야기는 달콤하면서도 애절하고, 사이먼의 친구인 닉과 애비, 레아의 삼각관계도 흥미진진하다. 사이먼을 무척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약간 다른 사이먼의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와 여동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러브, 사이먼>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얼마 전에는 <사랑은 오프비트>라는 후속편 격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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