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교실 - 10대를 위한 경제 이야기
다카이 히로아키 지음, 전경아 옮김, 이두현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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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꼭 필요한 지식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돈에 대해서 그렇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은 들었던 것 같은데, 정작 대학을 나온 후 무슨 일을 해서 어떻게 관리하는지, 그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은 들은 적이 없다(아마 그들도 몰랐으리라).


내가 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이런 수업을 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10대를 위한 경제 이야기 책 <돈의 교실>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준은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남자 중학생이다. 특별활동을 정하는 시간. 준은 1지망으로 축구반을, 2지망으로 핸드볼반을 지망했지만 떨어지고, 지망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주산반에 들어가게 된다. 주산반에 들어갔으니 꼼짝 없이 주산을 배우게 될 줄 알았는데, 주산반 선생님은 학교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 아저씨인 데다가, 주산반인데 주산은 배우지 않고 돈에 대해 알려준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돈에 대해 알려준다고 해서, 어른인 나는 당연히(!) 재테크에 관해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주산반의 선생님, 이른바 미스터 골드맨은 칠판에 이렇게 썼다. "당신의 가치는 얼마입니까?" 그러자 준은 직장인의 평균 임금에 근거해 답했고, 부잣집 딸인 미나는 자신이 유괴를 당할 경우 할머니가 지불할 것으로 예상하는 금액을 답했다. 여기서 우리는 돈을 얻는 방법 세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일을 해서 돈을 '번다'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돈을 '훔친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족 등 지인에게서 '받는다'이다. 돈을 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니!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이렇게 정리하니 새롭게 느껴진다.


앞에서 돈을 얻는 방법에는 '번다', '훔친다', 받는다'가 있다는 걸 배웠다. 아이들은 이 밖에도 '빌린다', '불린다', '만든다'가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그렇다면 '번다'와 '훔친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채업자와 도박업자는 엄연한 직업인데도 세상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느낌이 안 드는 건 왜일까. 부모에게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사람이 평생 일하지 않고 이자나 집세를 받아 사는 건 옳을까.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이 복지 혜택을 받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아이들은 선생님과 돈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며 자연스럽게 돈의 의미와 일의 종류에 대해 배운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기의 원인, GDP의 의미, 금리의 마법 등 경제 지식도 쌓는다.


배우는 개념이나 지식 자체는 경제학 원론 시간에 배울 법한 내용들로 다소 어려운 편이지만, 중학생 수준의 어휘와 중학생 수준의 지식으로 설명해 누구나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대답을 하고 서로 토론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 여기에 미나의 가족과 선생님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교차되어 흥미를 더한다. 저자 후기에 따르면 사랑하는 세 딸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딸들에게 돈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삶의 의미까지 알려주고픈, 자상한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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