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 성공의 표준 공식을 깨는 비범한 승자들의 원칙
토드 로즈.오기 오가스 지음,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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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려면 명문대를 나와야 한다, 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 '사'자 돌림 직업을 가져야 한다, 부모가 부자여야 한다 ...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여전히 믿고 있는 '성공 공식'이다. 이따금 이런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히 드문 예외에 불과하다고, 언제나 그럴 순 없다고, 누구나 해낼 순 없다고 여기며 무시한다.


베스트셀러 <평균의 종말>의 저자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의 신작 <다크호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반적인 성공 공식을 깨고 혜성처럼 등장한 다크호스들의 사례와 그들의 비결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대가들을 다수 인터뷰했다. 이들이 인터뷰한 대가들 중 대부분은 학교 성적이 형편없거나 학교를 끝까지 마치지도 못했다. 또는 자신이 성공을 거둔 분야가 아닌 다른 전공을 했거나 다른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저자는 오랜 조사와 관찰 끝에 대가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충족감(fulfillment)을 느끼며 산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느끼는 충족감은 단순히 사회적으로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어서 생기는 충족감이 아니었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과정 자체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꼈다. 이들 중에는 찡그린 얼굴로 일하고 퇴근 후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동으로 기분을 푸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아침이 기다려지는 일을 하라'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출근 전부터 하루를 기대하고, 퇴근 후를 삶의 낙으로 삼지 않았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삶이라니. 남의 일 같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가들도 한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억지로 공부하고 직장에서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들의 삶을 바꾼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 것이다. 코린 벨록은 28세의 나이에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일원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다들 그가 앞으로 정치판에서 커리어를 쌓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그는 백악관 일을 그만두고 정리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정치를 하면서 그가 가장 큰 행복을 느꼈던 순간은 선거에서 이겼을 때가 아니라 흐트러진 파일을 정리하고 업무에 체계를 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이나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도 학력이나 경력,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생각을 뒤집는 사례들도 많이 나온다. 제니 맥코믹은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싱글맘으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친척 집에서 쌍안경으로 밤하늘을 봤다가 밤하늘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후 아무런 학력이나 경력, 재정적 지원 없이 혼자서 천문학을 공부해 목성보다 세 배 큰 태양계외 행성을 관측했다. 이는 윌리엄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한 1781년 이후 아마추어가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최초의 사례다. ​ 


제니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천문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공개강좌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물어봤고, 강좌가 끝나면 프로 천문학자들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했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인 제니는 학교에서 끈기 있게 공부할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으면 풀릴 때까지 알아내는 열정이 있었고,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자신을 알리고 배움을 청하는 배짱이 있었다. 저자는 제니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전략'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닌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모른다. ​ 


수잔 로저스의 사례도 흥미롭다. 14세에 어머니를 여읜 수잔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1세에 결혼했다. 수잔의 유일한 낙은 음악 감상이었는데, 남편은 수잔이 음악을 들으면 레코드판을 부쉈다. 참다못한 수잔은 남편과 헤어져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이혼 후 1년간 전문학교에 다니며 음향 기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전자공학과 엔지니어링을 독학했다. 이후 음악계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한 수잔은 업계 최고의 녹음기사로 인정받고, 그 유명한 프린스의 <퍼플 레인> 제작에 참여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뇌과학에 흥미를 느꼈고, 41세 나이에 미네소타 대학에 입학했다. 현재는 버클리 음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성공에는 학력이나 경력, 집안 배경 같은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 왔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세울 만한 학벌이나 경력, 빵빵한 집안 배경 없이도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며 크게 놀랐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공 공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려면 엄청난 수준의 열정과 호기심,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니는 자기 집 안에 천문대를 만들어 밤하늘을 관측했고, 수잔은 혼자 힘으로 전기공학과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그동안 이러한 노력 한 번 해본 적 없이 성공에는 정해진 공식이 따로 있다는 생각만 한 것 같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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