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1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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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는 작가들이 코니 윌리스 소설을 강추했다. 대여섯 권 정도 구입해 읽어보니 단편 몇 편 정도만 마음에 들었다. 두세 권의 책을 겨우 끝까지 읽고, 나머지는 읽다가 관두고 중고서점에 팔았다. 다시는 코니 윌리스의 소설을 읽지 않을 줄 알았다. 몇 주 전 중고서점에서 정가의 반값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된 <블랙아웃> 1권을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이


번에도 재미없으면 정말 다시는 코니 윌리스의 책을 읽지 않을 요량으로 펼쳤는데, 오 마이 갓......! 앉은 자리에서 400여 쪽 되는 책을 끝까지 읽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2권을 바로 주문해 하룻밤만에 읽었다. 2권이 끝인 줄 알았는데 <올 클리어>로 이어진다네? <올 클리어> 1권을 주문해 이것도 하룻밤만에 읽고 2권을 주문한 상태다. 빠르면 오늘 밤, 늦어도 주말 안에는 <블랙아웃>에서 <올 클리어>로 이어지는 장대한 이야기의 결말을 알 수 있으리라. ​ 


<블랙아웃>은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참고로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는 <화재 감시원>, <둠스데이 북>,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블랙아웃>, <올 클리어> 순이다).


이야기는 2060년 옥스퍼드에서 시작된다. 던워디 교수가 이끄는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과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의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이 시기에 시간 여행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국인이 미국인처럼 말하고 싶으면 미국인 어휘-억양 임플란트를 이식받으면 된다. 필요한 자료는 순식간에 출력해 암기할 수 있고, 당시의 옷이나 장신구, 신분증이나 서류 등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이미 40여 년 가까이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시간 여행을 떠났고 또 무사히 귀환했기에 학부 3학년에 불과한 새내기 역사학자들도 안심하고 시간 여행을 떠난다.


폴리 처칠과 메로피 워드, 마이크 데이비스도 시간 여행을 앞두고 있다. 폴리는 대공습이 한창인 런던의 상황을 조사하는 것이 목표다. 메로피는 대공습 당시 런던에서 근처 장원으로 피난을 떠난 아이들의 생활을 관찰할 예정이다. 마이크는 미국인 종군 기자로 가장해 진주만에 갈 계획이다. 그런데 돌연 실험실이 학생들의 출발 일정을 취소하거나 교체하거나 연기하는 일이 벌어진다. 진주만에 갈 예정이었던 마이크는 돌연 됭케르크로 떠나게 된다. 갑자기 일정이 바뀐 이유를 듣지 못한 채 폴리와 메로피, 마이크는 각자 자신이 맡은 시대와 장소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도착 직후 뭔가 잘못된 걸 느끼지만, 시간 여행을 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차일 거라고 생각한다.


1940년 대공습이 한창인 런던에 도착한 폴리는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방공호에 숨어 지내느라 정신이 없다. 같은 시기 런던 근교의 장원으로 간 메로피는 공습을 피해 런던에서 피난 온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돌보느라 여력이 없다. 마이크는 됭케르크 근처에서 당시 상황을 관찰할 예정이었지만, 배를 잘못 얻어타는 바람에 공습이 한창인 됭케르크 한복판으로 가게 된다. 이로 인해 마이크는 큰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 시간 여행을 하는 역사학자는 역사의 주요 분기점에 갈 수도 없고 역사를 바꿀 만한 행동을 해서도 안 되는데, 자신은 됭케르크 한복판에 보진 데다가 우연한 계기로 죽을 운명에 놓여 있던 사람들을 살리고만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은 폴리와 메로피, 마이크는 실험실로 복귀하려 하지만 강하 지점으로 돌아갈 수조차 없게 된다. 모종의 이유로 강하 지점이 출입 불가 지역으로 지정되거나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구조팀을 기다릴 수도 없게 되자 이들은 서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지역으로 시간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우여곡절 끝에 런던 한복판에서 만나게 된 세 사람. 런던에 있는 폴리의 강하 지점을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세 사람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방공호에 숨으며 힘든 나날을 보낸다. 밤낮없이 떨어지는 폭탄을 피해 다니는 한편, 언제 올지 모를 구조팀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공습이 한창인 곳에 갇히면 어떤 기분이 들까. 더군다나 원래 그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서, 앞으로 몇 년은 전쟁이 계속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는 걸 아는 상태로 공습을 겪는다면 하루하루가 끔찍할 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조차 품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폴리, 메로피, 마이크는 영국인이기는 해도 이 시대의 영국인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하거나 수상한 거동을 해도 전시 상황에서는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 구조팀을 만나기 전에 간첩 혐의로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 그전에 폭탄을 맞아 죽을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폴리와 메로피, 마이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래 알고자 했던 것들을 알아내기도 한다. 런던 대공습 시기의 대중들의 생활상을 보고 싶었던 폴리는 물자가 부족한 와중에도 열심히 일하고 서로 돕는 런던 시민들의 모습에 감동한다. 피난민 아이들의 생활을 관찰하던 폴리는 전쟁의 포화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아이들의 모습에 깊이 절망한다. 유명하고 대단한 영웅들이 아닌 소소한 영웅들의 활약을 보고 싶었던 마이크는 힘든 전쟁 시기를 겪어낸 사람들 모두가 영웅임을 깨닫는다.


앞서 말했듯이 <블랙아웃>은 1,2권으로 완결되지 않고 <올 클리어>로 이어진다. <올 클리어> 1권까지 읽었는데 아직까지도 폴리와 메로피, 마이크는 2060년의 옥스퍼드로 돌아갈 출구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블랙아웃> 1,2권과 <올 클리어>1권, 총 3권을 할애하고도 찾지 못한 출구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견할지 몹시 궁금하다. 아무래도 오늘 밤 <올 클리어> 2권을 완독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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